두 아이의 미국생활

home coming 파티에 같이 가 줄래?

김 정아 2010. 9. 26. 23:37

2010년 9월 24일 금요일

1년에 한 번 학교에서 하는 홈커밍 댄스 파티가 2주후로 다가왔는데도 나연이는 남자 아이로 부터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남자 아이들이 눈이 삐었지? 우리 나연이 데려가면 춤도 잘 추지, 날씬하지,파트너로 같이 가면 자랑스러울텐데 왜 같이 가자는 남자아이가 없지?" 하며 팔불출같은 소리를 늘어 놓았다.

그런데 사실 나연이는 남자 아이보다는 여자 친구들끼리 가는 것이 더 편하다고 친구들과 드레스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나도 테일러랑 메디랑 같이 간다고 하니 ,서로 죽고 못 사는 친구들이라 그게 더 낫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나연이 학교에서 돌아오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초인종이 띵동해서 나가서 보니 헬륨 가스를 넣은 풍선이 떠 있고 꽃다발과 카드 한 장이 밖에 놓여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뭔가 하고 보니 홈커밍 파티에 같이 가자는 남자 아이의 프로포즈?였던 것이다.

 

이탈리아 계통의 남자 아이라는데 나연이의 친한 친구들을 통해 "나연이한테 내가 같이 가자고 할 것이니 도와 달라"고 이야기를 해서 나연이도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너무 당황도 되고 쑥스럽기도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나연이는 그 남자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울다시피 하는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나 그 아이랑 같이 안 가고 싶다"고 하소연을 하고 친구들은 꽃다발과 풍선을 받았는데 안 가겠다고 하면 그 아이가 너무 슬퍼서 안 된다고 거의 강제적으로 "yes"를 하라고 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나연아, 그 아이도 힘들게 생각하고 너한테 말했을텐데 안 간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했더니 가겠다고 대답은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행동들이 웃기기도 하고 내가 마치 프로포즈를 받은 것처럼 설레이는 맘도 있어 남편한테 말했더니 "자~식, 정식으로 당당하게 같이 가자고 하지, 왜 문 앞에 놓고 초인종만 누르고 도망을 갔지?"하는 것이다.

"아니, 9학년 밖에 안 된 아이가 얼마나 쑥스러웠겠어. 그 애도 풍선이랑 꽃다발 준비하면서 거절당할까봐 고민도 많이 했을텐데 뭘 더 바래?" 했더니 " 그런가 ?" 하고 만다.

 

여자아이들끼리 갔으면 나도 편했을텐데 이제 남자 아이와 파트너가 되어서 같이 가게 되니 나도 준비 할 게 많아 좀 걱정이다.

드레스도 사야 되고, 화장도 시켜주어야 하고, 손톱 발톱도 해주어야하고, 머리도 이쁘게 해 주어야 상대에 대한 예의일텐데 나도 일이 많아졌다.

남자 아이와 같이 가게 되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래도 내 아이가 나중에 추억할 일이 많아져서 좋다.

 

 

 

*휴스턴에서, 아니면 제 주위에서 제 블로그를 읽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나연이가 무척 쑥스러워하면서 엄마 친구들에게 이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기록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중에 휴스턴 체류기 중에서 '두 아이의 미국 생활'이란 카테고리만 묶어서 책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혹시 나연이를 만나거나 보시더라도 홈커밍 이야기는 아이에게 하지 말아 주십시요.

           

 

             *집 밖에 나가보니 이렇게 풍선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풍선 아래 쪽에는 쿠키를 매달아 날아가지 않게 했더군요.

 

 

 

 

 *꽃 한 다발과 같이 가자는 카드도 주었더군요. 자기 맘에 드는 아이가 아니라고 꽃을 화병에 꽃지도 않고 저렇게 방치해서 제가 사정해서 화병에 꽂아 두었습니다. 옆에 'Nayeon'이라고 카드도 써서 보냈어요.같이 가자는 내용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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