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주말 지낸 이야기

김 정아 2010. 9. 7. 00:37

2010년 9월 6일 월요일

긴 여름 방학 동안 쉬었던 기도 모임이 지난 주에 시작해 두 번을 맞았다.

그간 우리 지역으로 새로 이사 온 가족들이 늘어서 멤버가 무려 10명이나 되었다.

한국에서 바로 건너온 분들도 많아 기도 후에 서로간에 정보를 나누는 일도 즐겁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참 즐겁다.

신앙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어느 모임보다 기쁜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골프도 다시 시작해 개학 이후 두번을 쳤는데 역시나 나는 '골프 지진아'이다.

그나마 빠지지 않고 칠 때는 좀 나았는데 모처럼 만에 치려니 내 공은 이리저리 춤을 추고 날아다닌다.

공 찾으러 다니느라 시간도 늦어지고, 남들 한 번 칠 때 두 번을 더 치니 집에 돌아가면 기진맥진이다.

그렇다고 골프를 포기할 수도 없고 나한테는 난제이다.

 

나연이 렌즈가 흐릿하게 보인다고 시력검사를 다시 하고 렌즈를 바꾸기로 했다.

렌즈 처방전을 가지고 가면 거기서 바로 받아 올 줄 알았는데 무려 2주나 걸린다고 한다.

눈에 결막염도 좀 있는 것 같다면서 쓰던 렌즈는 버리고 새 것으로 쓰라고 하는데 2주 후에나 나오면 그 동안은 돗수가 낮은 안경을 쓰고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아이가 아주 질색을 한다.

한국도 2주나 걸리는지 궁금하다.

이 나라의 시스템 늦는 것은 도통 적응이 안 된다.

 

나연이 코에 문제가 있는지 냄새가 안 맡아진다고 병원에 예약 전화를 했는데 일주일 후에나 예약이 잡혀 데리고 갔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갔는데도 1 시간 20분을 기다렸다.

늘상 드는 생각이지만 의사 보는 일이 그렇게 늦어질 거면 예약 시간이라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가는대로 접수해서 보는 것과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코 염증이 있다고 10일 분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예약을 바로 다음날로 해 주었다면 아이가 덜 고생해도 되었을 텐데 치료 시기를 일주일이나 늦추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이 땅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한국의 의료체계이다.

이 땅에 사는 동안은 정말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원석이 꿈결처럼 왔다가 2박 3일을 머물다 다시 대학교 기숙사로 돌아갔다.

보름도 안 되어서 다시 보았는데 내 눈에는 아이가 살이 너무 빠진 것처럼 보였다.

남들은 딱 보기 좋은 정도라고 하는데 너무 말라서 마음이 좀 안 좋았다.

일반적인 시어머니들의 마음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결혼한 아들이 살이 빠지면 며느리를 흘겨보는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도 아이가 있는 2박 3일은 집안이 꽉 차서 마음까지 충만해 있었는데 미사를 보고 보내는 마음은 또 허전하기만 했다.

이제 추수 감사절 때 온다니 앞으로 두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대학생활이 재미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