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어제 그리고 오늘

김 정아 2010. 9. 9. 09:35

2010년 9월 7일 화요일

거금을 들여 산 청소기가 3년도 안 되어 고장이 났다.

마룻바닥의 먼지는 빨아들이는데 카펫의 머리카락이나 슈가 털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청소기를 밀어도 개운한 맛이 없다.

그 이전엔 남편이 몇 번 뜯어서 고쳤는데 이번엔 안 되어서 어쩔까 하다가 서비스를 불러도 바로 오지 않고 고치는 값이 더 들것 같아 노동절 세일을 맞아 청소기 한대를 더 구입하기로 했다.

청소기 하나 사는데 네 곳이나 돌아다니다 가장 싼 가격을 주는 곳에서 사왔는데 내가 이렇게 쇼핑을 정성들여 한 기억이 없다.

가격 차이가 많이 안 나면 좀 비싸더라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입하고 마는데 10불 아끼려고 하이 힐을 신고 네곳이나 다닌 내가 스스로 기특해지기까지 했다. 

 

지인께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영주권을 받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하를 해 드렸는데 그 진심이 마음에 와 닿아 감사하다며 저녁 식사를 초대해 주셨다.

영주권을 받았다고 생활이 갑자기 부유해진다거나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을 정말 많이 쓰이게 하는 부분이다.

미국 땅에서의 신분 문제를 해결했으니 정말 축하 받을 일이다.

어떤 이는 20년을 살다가 간신히 영주권을 받은 사람도 보았는데 6년만에 나왔으면 약간은 빨리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영주권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내 친구들도 하루 빨리 나와서 같이 축하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연이 병원을 두 군데나 다녀왔다.

응급실에서 꿰맨 상처의 실밥을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 , 그날이 지난 토요일이었는데 한국 드라마 '자이언트' 디비디를 보느라 정신을 빼 놓고 있었다.

정오 12시가 넘어서야 갑자기 병원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는데 이미 퇴근 준비를 하고 있으니 노동절 연휴가 끝난 다음에나 오라고 했다.

아휴, 어쩌다 안 보던 디비디를 보느라 중요한 것을 잊어서 마음이 내내 찜찜했었다.

오늘 무엇보다 중한 일이 실밥을 뽑는 일이어서 예약도 없이 그냥 한국 병원으로 쳐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보더니 상처 꿰맨 솜씨가 그리 좋지 않다며 아마도 상처가 생길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한국 사람들의 세심하고 섬세한 손놀림을 따라갈 사람이 많지 않다더니 의료부분에서도 그런 것 같다.

상처가 나지 않는 약을 사긴 했는데 잘 바르면 정말 괜찮아 질지 모르겠다.

한국 병원을 나와 미국 이비인후과에 바로 갔는데 거의 한시간을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고 왔다.

한국말로 하면 축농증같은 것인데 이주일이나 약을 먹고 이주일 후에 다시 오라니 한숨이 내쉬어 진다.

정말 병원 다니는 것은 왕짜증이다.

기본으로 한 시간을 기다리니 아이는 숙제할 시간도 뺏기고 기다리다 지쳐 병원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3시 40분에 예약을 해서 직원들 퇴근시간인 5시에 같이 나왔다.

더 늦었다면 언젠가처럼 예약하고 갔어도 진료를 못 받고 다음 날 다시 갔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