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7일 일요일
아침에 호텔 체크 아웃을 하는데 완전 기절하는 줄 알았다.
호텔 요금이 무려 515불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2박 3일씩 호텔에서 묵으며 시합을 했지만 보통 300불이 (이 정도도 결코 싸지 않다.)조금 넘는 선이었는데 오늘은 무려 500불이 넘은 것이다.
직접세 8.25%에 state tax, city tax, county tax까지 세금이란 세금은 다 붙어 있는 것이다.
어느 시합이든지 호텔비로 지출하는 돈이 가장 많았는데 이번은 속이 다 쓰릴 정도였다.
나가서 밥을 사 먹는 것도 낯선 도시에서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이번에는 미역국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햇반, 컵라면, 김치, 물, 각종 군것질 거리와 과일 같은 것 까지 다 준비 해 왔다.
그래서 어제 저녁을 사 먹은 것, 25불이 식사로 들어간 돈의 전부였는데 호텔비로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아찔했다.
치어리더 2년째, 몇년만 더 시키면 우리 집 기둥이 뿌리째 뽑힐 것 같다.
다른 엄마들도 호텔비가 너무 비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라모 돔'에 주차할 장소가 없을 것 같아 호텔에 차를 두고 걸어갔다가 시상식이 끝나면 다시 와서 운전을 하고 바로 휴스턴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가 혹시 비라도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차를 빼서 알라모 돔으로 갔다.
다른 경기는 중간 중간에 시상식을 하고 사람들을 보내는데 이번 경기는 아침 10시에 시작한 사람들이나 4시에 시합을 한 사람들의 시상식이 같이 4시 반이다.
그러니 주차장에 차들이 많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 내가 갈 때가지는 주차장이 여유있게 비어 있었다.
나연이를 team mom에게 넘겨 주고 4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 다른 팀들의 경기를 관람했다.
난 이런 시간들이 너무나 싫다.
한 시간도 아니고 네시간이 넘는 시간을 멍청하게 앉아서 소비해야 한다는 게 내가 정말 바보가 된 것 같아 끔찍 할 정도이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드디어 4시 16분에 나연이 팀이 나왔다.
나연이 플라이어기 때문에 그 순서만 되면 간이 콩알만큼 오그라 든다.
혹시 떨어져 부상을 당할까도 걱정이지만 내 아이 때문에 시합 점수가 깎이면 어쩔까 싶은 마음에 내 마음이 떨리기도 한다.
나연이 팀은 전체적으로 아주 완벽하게 시합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드디어 레벨별로 시상식을 하는데 나연이 팀은 레벨 2 시니어 부분에서 당당히 1등을 했다.
마지막 시합을 이렇게 일등으로 장식하게 되어 다들 기뻐했다.
이번 일년간 나연이도 이 시합 저 시합 다니느라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가장 고생한 사람은 바로 나다! 하하.
나연이야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힘든지 몰랐겠지만, 난 정말 말도 안 통하는 미국 엄마들 사이에서 뻘쭘하게 앉아 있느라, 좋아하지도 않는 운전으로 이곳 저곳 데리고 다니느라 내 뼈가 다 부서져 내리는 것 같다.
내가 아이들 밥은 안 해 주어도 이만하면 엄마로서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할 만큼은 한 것 같다.
치어리더 끝낸 기념으로 축하파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시합이 끝나고 휴스턴으로 돌아가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당신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나연이랑 대충 먹고 들어갈 테니까 걱정하지마!"
"그러지 말고 내가 밥이랑 반찬이랑 해 놓을테니까 집에 와서 먹어. 당신 고생했는데 내가 맛있는 것 해 주게"
밤 9시 30분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갓 지은 밥에 닭국까지 맛있게 끓여 놓고 있었다.
때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마음이 가볍기만 하다.
아싸! 정말 이번 치어리더 시즌이 끝난 것 맞나?
*다른 팀들의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나연이 팀은 못 찍었어요. 딸 시합은 집중해서 보아야 하니까요.
*레벨 1에서 4까지의 시합이 다 끝나고 시상식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몰려 들고 있습니다. 저 많은 아이 중에서 엄마인 저는 나연이를 정확하게 찾아 내었습니다.
*점수 집계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음악을 틀어 주었는데 누가 무용하는 아이들이 아니랄까봐 음악이 나오자 마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우리 나연이도 어디가서 몸치 짓은 안 할 것입니다.
그동안 들인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요.
*시합이 끝나고 한 장 찍었습니다. 사진 찍기를 무척 싫어하지만 엄마가 저를 데리고 와 준 성의를 생각해서 인지 이번엔 아무 소리 안 하고 한장 찍히더군요.
저 자켓은 1등 상으로 받은 선물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마지막 날이라고 왼쪽 눈 밑에 은색 별까지 붙이고 시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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