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길고 긴 2박 3일이 끝나고.

김 정아 2010. 2. 25. 07:28

2010년 2월 21일 일요일

많은 치어리더 시합을 가 보았어도 이번만큼 시합 시간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치어리더가 오후 8시가 넘어 끝나는데 이번 우리 시합은 오후 7시 30분이다.

매 경기마다  밤에 끝나는 팀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가 이번에 가장 늦게 끝나는 팀이 되었다.

다른 경기에서 우리가 다 끝난 다음에 뒤늦게시작하는 팀을 보면 '참 안되었다. 늦은 밤까지 저렇게 경기를 하면 저 아이들은 언제 집에 가서 다음 날 어떻게 학교에 가지?' 하며 내가 다 마음을 졸였는데 우리가 그렇게 되었다.

시상식이 8시 40분 이후니 빨라야 밤 9시 30분에나 달라스를 출발해 휴스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체크 인 시간이 오후 4시 30분까지이니 아침에 달라스 동물원에 가려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것이다.

야외를 비를 맞아가며 구경하다 감기라도 들면 큰 일이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 레벨 5경기를 보기로 하고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12시에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다.

 

5가지 hall 중에서 arena는 경기장 수준이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달랐다.

다른 경기장은 접이 의자를 놓고 앉아 구경을 했는데 이곳은 원형 경기장으로 층층이 계단으로 이루어져 앞 사람들때문에 경기가 안 보이는 일이 없었다.

같은 치어리더 시합이라도 일단 레벨이 높으니 이렇게 특별 대우를 해 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레나 경기장은 정말 많은 수의 관중들이 들어와 시합을 지켜 보고 있었다.

마치 국가 대표 체조선수의 경기를 보는 듯이 3단 피라미드를 쌓고 공중에서 몇 바퀴를 회전하다가 멋지게 착지를 하고 오른쪽에서 던진 플라이어를 왼쪽에서 받고, 앞에서 던진 플라이어를 뒤에서 받기고 하는, 숨도 못 쉬게 멋진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하나가 되어 멋진 착지를 선보인 선수들에게 박주를 쳐주고 네 팀, 내팀에 관계없이 환호를 해 주었다.

 

그런데 고난도의 기술이다 보니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3단 피라미드에서 앞으로 꼬꾸라져 다리를 다쳐 응급조치로 각목을 대고 휠체어에 실려가기도 하고, 팔을 다쳐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 아이들의 부모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니 내 자식처럼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여하튼 나연이랑 정신 없이 경기를 지켜 보다가 나연이 team mom에게 체크 인을 받고 나연이 경기장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나연이 팀이 나와서 경기를 하는데 정말 멋지게 소화해 내었다.

나연이가 등에 부상을 입어 'back hands spring'을 못하게 되어 대신 나연이가 플라이어를 두 번 했는데 그것에 대해 가산점도 받았다.

그런데 다른 팀들의 실력도 엄청나게 좋아 좀 불안하기도 했다.

 

드디어 모든 팀의 순서가 끝나고 시상식 시간이 되었는데 맨 마지막부터 순위를 불러 주었다.

그런데 뒤에서 몇 번인지 모르지만 나연이 팀이 불려지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귀를 의심하며 서로에게 물었는데 5등인지 6등인지에 불리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소리 질러가며 울고 너무나 서운해 했다.

 

그 늦은 시간까지 정말 최선을 다한 아이들이었는데 최선을 다한 만큼의 성적이 안 나와 모두들 침울해 했다.

"나연아, 너희 팀도 정말 잘했는데 엄마가 보기에 다른 팀들도 정말 잘 하더라.상은 받지 못했지만 너희들이 최선을 다 했으니까 괜찮은거야"했더니

" 엄마 나도 알아 . 하나도 안 서운해" 밝은 표정으로 말해 주어 마음이 놓였다.

 

서운한 마음을 접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휴스턴으로 출발하려고 시간을 보니 밤 9시 30분이었다.

한 밤중이라 길은 밀리지 않았지만 너무나 졸려 내 빰을 때려가며 다리를 꼬집어가며 간신히 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 40분이었다.

길고 긴 2박 3일이 이렇게 끝났다.

 

 *아레나 경기장입니다. 자기 팀의 시합이 끝났거나 아직 먼 사람들은 여기 와서 경기를 보더군요.

입장료가 하루 20불,이틀간 35불이었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평을 했는데 레벨 5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입장료 값은 하고도 남았습니다. 관중석이 빽빽하게 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