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김 정아 2010. 3. 12. 10:05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치어리더 시합 시즌이 끝난 이번 주에 코치들의 대대적인 휴가가 실시되어 gym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이번 일주일은 쉬고 다음주부터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에 6개를 선택해 다시 나가면 되고 4월엔 다시 try out이 실시된다.


이 tryout을 통해 레벨을 올라가거나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그 레벨로 치어리더 활동을 하게 된다.

나연이는 지금 레벨 2인데 아무래도 레벨 3로 올라가기엔 무리가 큰 것 같다.

2에서 3으로 올라가는 동작에 'tuck' 이라는 것이 있다

뒤로 넘기를 하는데 땅에 손을 대지 않고 공중에서 회전을 해야 하는 동작이다. 마치 체조선수가 하는 것같은 동작이다.


덤블링 클래스를 하면서 tuck에 신경을 많이 써서 될듯 될듯했는데 등을 밟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거의 한 달 넘게 연습을 못해서 이번 tryout에서도 레벨 2가 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레벨 3에 올라갔다가도 확실하고 완벽하게 하지 못하면 중간에 다시 레벨 2로 강등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나연이 팀에 그런 아이들이 무려 16명이나 되었다.

레벨 3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레벨2에서 다시 치어리더 활동을 하는게 아무래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이번엔 tryout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


처음엔 막무가내로 레벨2라도 계속 하겠다고 했다.

"엄마, 레벨 1을 몇년씩 하는 아이도 있고, 지금 우리 팀에도 레벨 2를 3년 이상 하는 아이도 있고 대학생도 있는데 레벨 2라도 계속 할거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엄마 ,그럼 나 치어리더는 하지 말고 텀블링 클래스 두 개하고 플라이어 클래스 들어서 tuck완벽하게 한 다음 내년에 다시 치어리더 시험볼까?"하는 것이다.

나는 이게 왠 떡이냐 싶어 "그래 , 엄마가 하는 말이 그 말이잖아. 레벨 2를 다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tuck을 완벽하게 해서 레벨 3으로 올라가야지.자존심 상하게 레벨 2를 다시 하냐?"

"엄마 그럼 나 그렇게 할게. 이번엔 그냥 클래스만 들을게.

내가 치어리더 안 하면 돈이 많이 절약되니까  대신 나 기타 하나 사 주고, 트램플린도 하나 사 주고 ,vera bradley 가방 두 개 사줘. 그리고 voice 레슨도 시켜줘"


엥? 뭐라고?

듣는 순간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지 욕심만 한 없이 차리는 아이가 밉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치어리더 시켜 주는 대신 용돈은 한푼도 안 주어 왔고,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집안 일을 하면서 용돈을 벌어서 사게 했는데 그것이 마음 속에 응어리로 쌓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니 내 마음도 많이 풀렸다.


"엄마가 그것을 다 사주기는 그렇고 엄마도 생각 좀 해보자. 그 중에 가장 갖고 싶은 게 뭐니? 그리고 voice레슨은 왜 필요하다는 거니?"

"vera bradley가방은 꼭 갖고 싶어. 그리고 성가대에서 노래를 계속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안 나와. 노래 레슨 받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애"

"일단 엄마가 가방은 사 줄게. 다른 것은 다시 생각해 보자"


그래서 오늘 아이를 데리고 가방을 사러 갔다.

일단 의미없는 레벨 2보다 기량을 익히겠다니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어서 나도 싫은 소리 안 하고 가방을 사 주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방입니다. 종류별로 다 갖고 있는 아이도 있고요.

나연이는 여러 개 있는데 이번엔 책가방과 필통을 사달라고 하더군요.

꽤 고가의 제품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