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7일 일요일
나연이가 오늘 처음 주일학교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난 주에 주일 미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더니 "엄마, 주일 학교 성가대 어떤 선생님이 나한테 노래 하래" 한다.
그래서 " 무슨 노래를?"
"주일 미사보는데 난 피아노 못 친다고 했더니 그럼 나한테 노래를 하라고 해" 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웃기고 나 스스로 너무 민망해 '니가 무슨 노래를 하냐? 그냥 주일 미사나 다녀'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 올라왔는데 간신히 참고 " 그래? 네가 하고 싶으면 해봐" 하고 말았다.
난 나연이가 노래하는것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고 집에서도 노래 흥얼거리는 것조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춤은 몇 번 보면 그대로 따라 하지만 엄마 아빠를 닮았다면 아마도 나연이 거의 음치에 가까운 아이인데 노래를 하겠다고 하니 너무 웃기는 것이다.
물론 솔로 singer는 아니고 네명이나 되긴 한다.
나연이때문에 미사에 지장이나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하지 말라는 소리는 더 못하겠어서 그대로 보고 있었고 지난 금요일에 연습을 하러 간다고 성당에 다녀왔다.
연습 끝난 다음에 집에 와서 못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다고 하니 나는 더 안절부절이었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주일 미사에 처음으로 노래를 했는데 오늘 우리 구역 밥당번이어서 어린이 미사에 들어가 보지 못해 아이가 어떻게 했는 지 모르겠다.
미사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 주에도 노래 할 거야?" 했더니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재능이 있었나?
노래 하는 것도 우리를 안 닮았나?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가며 나연이 하는대로 그냥 지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찬양을 통해 나연이의 마음에 주님의 성령이 햇살처럼 서서히 스며든다면 질곡의 십대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테니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할 일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 나연아 엄마가 뒤에서 말없는 응원을 보낼테니 성가대 열심히 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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