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카톨릭의 어른이 되기 위해서 집을 나선 큰아이.

김 정아 2010. 2. 11. 10:30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원석이는 오늘 견진 성사를 위한 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집을 나서 성당으로 갔다.

 

몇 주 전에 어른반 견진성사 교육이 있다는 주보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우리 기도 모임 중 한 사람의 아이가 원석이와 같은 학년, 같은 학교인데 견진을 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원석이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특 드는 것이다.

 

세례를 받고 나서 주일학교에서 10학년과 11학년을 합해서 2년에 한 번 견진 교육반이 있어 지금 원석이 학년인 12학년 아이들은 재작년에 거의 다 견진성사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원석이는 주일학교에 등록을 안 했으니 견진 성사를 받을 수가 없었다.

원석이  나름대로 한국말이 유창하니 어른들과 같이 받아도 아무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아이가 기분 좋은 시간을 맞추어 살짝 의사를 물어 보았다.

당연히 처음엔 절대로 안 받겠다고 했다.

세례도 엄마가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견진은 정말 자기가 받고 싶을 때 자기 의사로 받고 싶다고 한발짝도 물러서지를 않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받고 싶다는 때'라는 것이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라는 게 견진성사까지는 받게 해서 신앙교육을 시켜 대학을 보내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견진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카톨릭 신자라면 어른이 되어야 하는 절차를 밟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육을 받고 성사를 받았다.

아마도 내 의지를 기다렸다면 난 아직도 견진성사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여하튼 원석이를 이번 기회에 꼭 견진을 시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듯한 무심한 소리로 여러 번 물어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가장 취약한 문제에 설탕을 듬뿍 발랐다.

"너 이번에 견진 받으면 엄마가 데빗 카드 만들어 줄게"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럼, 엄마. 통장에 돈 얼마 넣어 줄거야?" 하면서 덥썩 미끼를 물었다.

"300불 넣어 줄게"

"엄마, 300불로는 안 되지. 한 400불이면 모를까!"

"400불? 그래 400불 넣어 줄게. 그런데 견진성사하고 돈하고 바꾸었다고 그러면 좀 창피하잖아. 그래도 네 의지가 있어야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의지 몇 %?"

"지금 25%인데 첫 교육까지 90%는 될거야"한다.

 

몇 개월 후면 대학엘 가는데 당연히 통장 만들고 데빗카드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 기간이 몇 개월 빨라진 것 뿐이고, 아이가 견진성사를 받겠다고 하니 기분이 참 좋았다.

 

오늘 저녁 견진 교육을 받으러 가겠다고 문을 나서는데 내 마음이 무척이나 가볍고 기분까지 엄청 좋아지는 것이다.

'엄마 말 들어 주어서 참 고맙다. 그리고 언젠가 니가 엄마에게 떠밀려 견진 받은 것을 고맙게 생각할 날도 올 것이다. 그런데 아들, 수업 중에 졸지는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