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

김 정아 2010. 2. 6. 11:28

2010년 2월 5일 금요일

지난 12월에 private 골프장에 가입을 하니 멤버들에게 주는 혜택으로 무료 디너 쿠폰 여러장과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쿠폰등 몇가지가 봉투에 들어 있었다.

점심을 먹어 보았는데 그 골프장의 음식들이 품격도 있고 맛이 좋아 가족들과 같이 가려고 한참 전부터 시간을 엿보고 있었는데 도저히 남편의 시간과 아이들의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남편은 포기하고 아이들만 데리고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도 이젠 컸다고 무료로 준다는 저녁식사까지 귀찮다고 안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래 이 놈들아. 누가 너네 아니면 그 쿠폰을 못 쓸 줄 아냐? 엄마 친구들하고 같이 갈테니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라'하고 오늘 아는 언니와 그 골프장의 식당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고 안내하는 사람들은 멤버냐고 묻더니 무조건 이층으로 올라가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조용히 서빙을 받으며 우아하게 와인 한잔에 풀코스로 식사하고 디저트까지 먹고 오는 것이었는데 이층에 올라가보니 떠들썩한 음악에 부페 상차림으로 차려져 있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아 다시 내려가 쿠폰을 보이며 오늘 이것을 쓰려고 왔다고 하니 그것은 아껴두고 오늘은 멤버들에게 무조건 다 무료이니 즐기고 가라고 하는 것이다.

 

white wine 한 잔을 들고 접시에 음식을 담아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그 새 많이 들어와서 우리 자리에까지 친구인듯한 미국 사람들이 부부 동반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중남미계통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흑인은 두 사람 정도 보이고 아시안은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우리 테이블에 동석한 사람들은 아직도 친구들이 오기로 했는지 하나 둘 더 늘어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소리에 귀가 멍멍해지기도 하며 그 자리가 무척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 한 접시를 먹고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골프장이 보이는 바깥 베란다로 옮겨갔다.

차라리 그곳은 시끄럽지 않고 우리끼리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더 편했다.

바깥 베란다도 사람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어서 오는 지 참 궁금했다.

같은 멤베인데 우리는 역시 주변인 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민족의 용광로'가 아닌 '인종의 따로국밥'처럼 이들 속에 녹아들 수 없는 우리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무슨 날이었는지 궁금해 집에 와서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martinis with the membership of 2010'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칵테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던 것이다.

운전을 안 한다면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다.

와인 한 잔 마신 게  갑자기 취기가 올라와 한참 동안 바깥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와인과 그럭저럭 맛있는 음식으로 몇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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