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어제 밤부터 아이들은 내일 학교를 안 갈지도 모른다며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눈이 올 확률이 높은데 눈이 오면 등교를 못하니 오늘 새벽 6시 쯤에 교육구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등교 여부를 확인하라고 했다.
6시 20분쯤이 아이들 일어나는 시간인데 몇 번을 실랭이를 하다 간신히 일어나는 아이들이 오늘 아침엔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웹사이트를 접속하더니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엄마, 아침에 눈이 안 와서 오늘 학교 가야 한데. 그런데 여하튼 오늘 눈이 오면 학교 일찍 끝난데"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성서 백주간에 가려고 성당에 도착해 미사를 보고 성서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문자가 왔다.
'오늘 눈이 와서 1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니 데러러 와'라는 것이다.
성서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나오니 눈이 정말 펄펄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정말 몇 년 만에 보는 눈다운 눈이 신기해서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소리를 지르고 환성을 질렀다.
수퍼에 들러서 몇가지 물건을 사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눈을 뭉치고 놀기도 하고, 몇 년만에 모자와 장갑과 목도리를 찾아 쓰고 눈 싸움을 한다고 집을 나갔다.
휴스턴은 눈이 없는 지역이다.
실제로 내리는 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이 60년만에 처음이라는 소리도 있다.
눈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눈이 오는 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학교는 문을 닫는다.
중요한 일정도 다 취소가 되었다고 이 메일이 왔다.
각 학교 합창이나 콘서트가 취소 된 것은 이해가 된다고 해도 SAT시험까지 연기가 되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학교가 일찍 끝났는데 학교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이나 일반 직장인들도 1시에 끝난 곳이 많고 음식점에도 케더링이나 오더한 주문들이 다 취소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눈 한 번 내린 것이 대단하긴 하다.
빙판 길에 운전을 한 적이 없어서 접속 사고가 날 확률도 높고 안전에 대한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라 눈이 오는 날은 퇴근도 일찍 일찍해서 미연의 사고를 예방한다.
오는 눈을 즐기면서도 "이게 정말 즐거운 일이야? 휴스턴에 눈이 온다는 것은 이상 현상이어서 지구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것인데 즐거운 일은 아니잖아. "하면서 우려와 근심의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꽤 오랫동안 탐스러운 눈이 내려서 앞으로 10년 동안은 눈을 안 보아도 될 것 같다.
*휴스턴에 살면서 이렇게 쌓인 눈을 보는 것은 두번째 인 것 같아요. 너무 신기해 사진으로 남깁니다. 눈 안 오는 해에 보려고요. 운전하면서도 엄청 신나기도 했지만 오랫만에 눈길에 운전을 해야 해서 무섭기도 했답니다.
*성서 백주간이 끝나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모여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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