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장영희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김 정아 2009. 10. 24. 10:32

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지인이 읽어보라고 빌려 준 책이다.

공교롭게 남편이 읽어보라고 가져 온 책도 장영희의 '생일'이라는 책이었고 이 책도 장영희 에세이 집이다.

'생일'이라는 책은 영미시 산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가장 아름다운 영시와 함께 저자의 번역과 느낌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생일이라는 책을 훨씬 더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워낙에 시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에 대한 능력이 없어서 반쯤 읽고 접어두고 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더 일찍 끝냈다.

 

자신의 일상을 아주 흥미롭게 표현하고 솔직하게 나타내 읽으면서 혼자 낄낄거리고 웃다가 또 혼자 가슴 아파 하며 읽었다.

 

그 중 '오보 장영희'라는 글이 있다.

자신의 세대에는 영희라는 이름이 국민 이름이어서 한 반에 많게는 네 명도 되는 영희들이 있었고 어떤 때는 성까지 같아 '긴머리 영희' '짧은 머리 영희' '키 큰 영희' '키 작은영희'라는 나름의 수식어를 붙이기까지 했다.

그 영희라는 이름을 가진 세대가 엄마가 되면서는 그 이름에 진저리를 쳤는지 요즘엔 흔치 않은 이름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본인도 영희라는 이름에 불만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이름도 세대가 바뀌면서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느 학생이 입사 추천서를 써달라고 가져 와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제니퍼 배'라고 대답을 하더란다.

우리말 이름을 말하지 않아 못마땅해 한국이름을 묻자 " 제 이름이 좀 독특해서요"라고 대답을 하더란다.

"뭔데? 신자야? 배신자? "했더니 "아니요 .창자요. 배창자" 해서 아무 소리 안하고 제니퍼 배라고 써 주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갑자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생각나 엄청 킬킬거렸다.

드디어 김삼순이 개명을 하러 가기 위해 신나서 택시를 잡아 타고 기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개명한다는 소리를 듣고 택시기사가 말한다."부모가 지어 준 이름을 왜 개명을 해요.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

그 말을 듣고 삼순이도 거의 기절을 했지만 나도 기절을 할만큼 배꼽을 잡고 웃었었다.

 

그 이름에 붙이라며 어느 독자께서 오보吾步 라는 호를 붙여 주었는데 한자까지 넣어 해석을 하면 '내 길을 가는 것'이라는 좋은 뜻이지만 익숙하지 않아 '잘못된 보도'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촌스러운 장영희로 남겠다고 했다.

 

이 장영희 교수는 2001년에 척추암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다가 한 동안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후 암 세포가 전이 되어 결국 올 5월에 세상을 떠나셨다.

책 곳곳에 살아온 기적과 살아갈 기적을 노래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는 글들이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유고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다.이 책의 발간일이 2009년 5월이다.

그의 바램대로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던지고 떠나셨으니 한 세상 보람있게 살다 가신 것 같다.

이제 천국에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내려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