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고.

김 정아 2009. 12. 4. 01:24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이번 여름 한국에 나갔던 친구가 한국에서 사왔다며 좋은 책이니 읽어보라고 빌려 준 책이다.

 

강인호는 한 때 어느 사립학교에 잠시 근무했다가 중국에 공장을 열어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한 동안 직업 없이 전전하다가 아내의 주선으로 무진이라는 시골의 농아학교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임할 수 없어 5천만원이라는 돈을 기부금으로 납부하고 수화도 기본적인 말만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무진은 안개의 도시라 할 만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로 싸여 있는 도시였고 그 시골에 대학 선배 서유진은 인권운동센터 간사로 일하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농아학교 자애원은 쌍둥이 형제인 교장 이강석과  행정실장 이강복이 근무하고 이강석과 불륜관계라는 수양여동생 이자애,그리고 농아인으로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박보현 선생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첫날 근무를 한 강인호는 퇴근하던 날 화장실에서 울리는 커다란 울음소리와 저항하는 듯한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달려갔으나 문이 잠겨있어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교장 이 강복이 열 여섯 살 소녀 연두와 유리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사실, 그리고 박보현 또한 어린 남자아이를 성폭행하고 민수의 남동생까지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서유진과 더불어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고 경찰서에 진정서를 내고 조사를 해 달라고 했으나 작은 도시는 서로 똘똘 뭉친 듯 그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지역 언론과 미디어의 힘을 빌어 간신히 법정에 세웠으나 그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 태연하게 근무를 했다.

 

법정에서 터져 나온 것은 그들의 범죄행위보다 강인호의 과거사였다.

전교조가 불법이던 시절 강인호는 선배교사가 사인 한 장 해 달라는 종이에 의구심없이 사인을 했는데 그것이 전교조 가입 원서였던 것이고 , 고등학교를 졸업한 명희가 강인호 선생님이 군인으로 있었을 시절 면회를 와서 몇번 외박을 했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명희는 몇 년 후 자살을 하게 된다.

검찰은 강인호를 제자를 성폭행해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갔다.

심하게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강인호를 연두와 유리가 자신들을 위해 더 투쟁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런 학교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부모들과 인권센터 사람들이  경찰서 앞에서 천막을 치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강인호의 아내는 남편을 데리러 무진으로 내려왔고 철거전담반이 덮치게 될 그 날밤 강인호는 아내를 따라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지지부진한 그들의 투쟁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었다.

 

공지영 소설가는 80년대에도 운동권 학생들의 치열한 삶을 나타내는 '고등어'란 작품을 통해서도 사회상을 심도 있게 파헤쳤다.

그리고 이 작품은 같은 맥락 속에서 힘 없고 돈 없고 가진 것 없는 우리 사회 밑바닥 삶을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강인호란 사람은 우리 시대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일 것이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대충 농아인들을 가르치며 월급을 받아 아내에게 갖다주고 딸 새미와 그럭저럭 평안한 삶을 꿈꾸다가 어느 순간 불의를 보고 내면에 잠재 되어 있는 인간적인 정의감이 폭포처럼 분출된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를 돌아보면서 이길을 계속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은 현실과 타협하고 떠난다.

약한 자들과 같이 하지 못하고 떠나는 그를 누가 꾸짖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는 강인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의식을 대변하게 한 것 같고 , 이렇게 약한 자들에게 행해지는 무차별적인 폭력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눈을 크게 뜨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 책인데 역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