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남편이 끓여 준 미역국

김 정아 2009. 10. 20. 23:25

2009년 10월 20일 화요일

아침에 아이들을 한 번 밖에 안 깨웠는데 싫은 소리를 안 하고 벌떡 일어났다.

'이 녀석들이 어쩐 일이야!' 했는데 두 녀석이 케익 하나와 스카프, 손지갑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남편 역시도 장미 한 다발과 케익을 하나 들고 와서 식탁에 앉으라며 아이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며칠 전 부터 내 생일이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내 협박(?)이 무서워 다들 선물 하나씩을 들고 내 생일을 축하 해 주었다.

 

어제밤 , 아니 오늘 새벽 2시가 넘어 남편은 퇴근을 했다.

그러더니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고 잘 테니 신경쓰지 말고 자라고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부엌에선 꽤 오랫동안 달그닥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라면을 끓이는데 저렇게 요란해?'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라면을 끓인게 아니라 내 미역국을 끓였던 것이다.

쇠고기에 마른 새우까지 넣고 마늘까지 다져 놓고 끓인 미역국이 맛있어 보였던지 아침을 먹지 않는 아이까지 미역국에 밥을 먹고 갔다.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나도 밥상에 앉았는데 내가 끓인 미역국보다 더 맛이 있어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남편이 끓인 미역국은 다이아몬드가 부럽지 않을만큼 큰 선물이어서 남편한테 "여보, 내 인생 최고의 로또는 당신이야. 대한민국 아줌마들 중 남편이 끓여준 생일 미역국 먹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하며 닭살스런 멘트까지 날려 주며 생일 아침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사온 검정색 계통의 스카프와 검정 지갑입니다.

몇 년 전에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사 준 빨간 지갑이 때가 많이 타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딱 알고 사왔네요.

 

*아이들이 사온 치즈 케익입니다. 제가 미국 케익 중에는 치즈 케익을 제일 좋아하는데 특별히 과일까지 곁들여진 것을 사왔네요.

 

남편이 사온 장미 한 다발과 케익입니다. 남편이랑 아이들이 의사 소통을 못 했나 봐요. 케익이 두 개나 되네요.

 

생일 선물 받는 팁을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제 생일을 잊은 적이 없는 모범생 남편한테는 학습이 필요없지만 아이들에게는 계속 학습을 시켜 주어야 한답니다.

"엄마 생일 3일 남았어"

"엄마 생일 내일 모레야"

"엄마 생일 내일이야" 하면서 자꾸 노래를 불러야 한답니다.

엄마의 생일도 어려서부터 챙겨 버릇해야 나중에 부모를 비롯해 주위 어른들의 생일도 한 번 더 돌아보지 않을까 해서 '어머니 날'이나 제 생일에 꼭 뭐 하나라도 사게 만든답니다.

오늘 아이들이 지출한 돈이 80불이 넘으니 아이들한테는 과다 지출이지요.

그 돈이 결국 제 주머니에서 나가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