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9일 목요일
아주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미국에 처음 와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우리 지역의 ESL학교를 찾아 갔다.
교육구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라 수많은 민족들의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와서 배웠는데 그 중에 마음이 맞아 친하게 지낸 사람들이 몇 있다.
모두 아시안들도 베트남,싱가폴 ,대만, 일본, 홍콩, 말레이지아, 태국의 친구들이었는데 같이 식당에서 점심도 먹으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못 하는 영어로도 수다를 떨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아시안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각자 집을 돌아가며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중에 세월이 지나면서 일을 찾아서, 또는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 모임에서 빠진 사람들이 몇 있다 .
그 중에 오늘 전화를 한 일본친구 구미코도 우리 지역 한 고등학교의 일본어 선생님이 되면서 우리 모임에서 빠져 얼굴을 못 본지가 아주 한참이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처음에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 MRS .SHONG이라는 선생님과 원조 멤버들이 모여 밥 한 끼 같이 하면 어떻겠느냐는 전화를 해 온 것이다.
정말 오래 전 이야기다.
우리 선생님 숑도 신변의 변화가 생겨 ESL교사를 그만두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9학년 카운셀러가 되면서 사실상 ESL반에서 모두 빠져 나왔다.
새로 온 선생님이 스페니시 발음이 너무 강하게 묻어나와 못 배우겠다고 다 나온 것이다.
그것이 벌써 5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래서 숑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숑을 만나자는 전화를 한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사실 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수업시간 중에 일본 대만 이야기는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제일 많은데도 한국 이야기는 한 번도 예를 들어 준 적도 없고, 주변인 중에 주변인 취급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모독도 참기가 어려운데 내 나라를 무시하고 안중에 없다 보니 수업이 끝나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 모여 숑을 성토하길 여러 차례 했다.
"지네 나라 미국은 뭐 대단한 나라냐?"
"200년도 안 된 역사로 잘난 척하기는 .역사로 따지면 우리 나라 발끝도 못 따라 올 나라가 미국이야"하면서도 누구하나 따질만한 영어 실력이 없다보니 우리끼리 그러고 말길 여러차례했다.
그것 빼고는 아는 것도 많고 친절하고 미국인이다보니 여러가지 정보를 참 많이 주어 우리가 도움 받은 것도 많다.
그러나 그녀와의 인연은 이미 지나갔고 5년이 흐른 지금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너무 생경스러워 구미코에게 난 숑과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지난 미국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
그 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다들 외국생활을 하는 처지이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외국 생활에 지치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며 참 재미있는 시절을 보냈다.
그런 시절을 거쳐 이제 미국 생활에 많은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정말 원조 멤버들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오래 전 앨범에서 찾았네요.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숑입니다. 일본 친구 코미코 집에 초대 받아 갔던 때네요.
일본으로 돌아간 태국의 완타니도 있고, 일을 해서 만난 지 오래된 싱가폴 도리스도 있고, 알바커키로 이사 간 선아도 보이네요. 대만의 실바아도 있고요.
참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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