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4일 금요일
오늘은 오랫만에 맘을 먹고 미장원에 갔다.
한국에 가서 파마를 하고 왔으니 벌써 4개월이 훌쩍 지나 있어 파마한 머리가 많이 풀려 있는데 친정엄마는 전화를 하실 때마다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라고 성화다.
친정엄마의 지론은 ‘젊은 시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어쨌거나 여자는 이쁘게 하고 다녀야 한다’이다.
나도 젊은 시절이 지났는데 친정엄마는 딸이 아직도 청춘인 줄 아는 것 같다.
마침 친구 유진도 파마를 해야 한다고 해서 유진이가 내 예약까지 잡아 주었다.
친구 유진은 오랜동안의 냉담을 풀고 3주 전 쯤부터 주중의 하루,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나간다.
그 말을 듣고 내 일처럼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오늘도 유진은 미사를 드리고 온다며 나 먼저 미장원에 가 있으라고 했다.
미사가 끝나고 둘이서 파마를 하고 났는데 유진의 머리는 아주 자연스럽고 세련되었는데 난 아줌마 파마를 지나 할머니 파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성의 있게 해 주었는데 그 자리에서 맘에 안 든다는 소리는 못하겠고 2주 쯤 후엔 자연스러워 진다고 하니 그 말을 믿기로 했다.
파마가 끝난후 아주 오랫만에 태희까지 불러 우리 삼총사가 점심을 같이 먹었다.
밤엔 슈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슈가는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산책길에 강아지가 보이면 그냥 한 번 쑥 훑어 보고 지나가는데 고양이가 보이면 나를 끌고 갈 정도로 기운차게 고양이를 향해 나아간다.
내가 목줄을 끌고 당겨도 발을 옮기려고 들지를 않는다.
오늘도 저쪽 앞에서 걸어나오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더니 아주 난리가 났다.
목줄을 꽉 잡아도 앞으로 나가기만 하니 저 목이 얼마나 아플까 싶어 할 수 없이 목줄을 놓아 버렸다.
고양이는 주차 해 놓은 차 바닥에 들어가서 몸을 숨겼는데 슈가 역시도 쏜살같이 달리더니 차 본체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더니 짖는 소리가 계속 나서 이상하다 싶어 슈가를 잡아 당겨 끌어 왔는데 입 있는 부위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슈가를 안고 살펴 보았는데 이 녀석이 소리만 지르는 것이다.
정신없이 무거운 슈가를 안고 집으로 달려 들어와 밝은 불빛에서 보니 입 주위가 찢겨 있었다.
난 혀라도 잘린 줄 알고 깜짝 놀랐다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약을 발라 주었다.
식구들이 나와서 보고는 ‘바보같이 고양이한테 당하고 왔다’고 꿀밤 한 대씩을 때렸다.
자식이나 강아지나 밖에서 지고 들어오니 속상한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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