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1일 금요일~11월 2일 일요일
배추 15박스를 담기로 하고 며칠 전에 한국 마켓 매니저와 가격 이야기를 끝냈고 오늘 1시 30분까지 주재료및 부재료를 배달해 달라고 했다.
남편도 1시에 바로 성당으로 이른 퇴근을 했고 일단은 네 명이서 배추를 절이기로 했다.
배추 한 박스당 8~9포기 정도가 들어 있으니 적어도 160포기 이상이 되었다.
칼로 자르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소금 간을 진하게 해서 일단은 큰 통에 절여 놓고 속속 퇴근해 오는 자모회 멤버들과 함께 부재료들을 씻고 손질하기 시작했다.
두 명의 멤버들은 아이들이 어려서 1시까지 올 수 없다며 집에서 무 한박스를 채 썰어 오고 양파 50파운드를 껍질을 벗기고 파 한 박스를 눈물 콧물 내가며 씻어 오기도 했다.
그리고 배를 한 박스를 갈고, 왕 생새우를 갈아 넣고 , 갓을 다듬어 썰어 놓고 무우 두 박스를 채를 내고 찹쌀 풀을 쑤고 마늘과 생강,양파를 갈아 고추가루에 부어 양념을 버무렸다.
소금 간이 엄청 세었는지 생각지도 못하게 절인 지 6시간 만에 간이 죽어 하루 안에 다 씻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에 씻을 생각이었는데 금요일 밤 8시에 다 씻어 놓고 이것 저것 뒷정리를 하다 보니 밤 9시가 지나 있었다.
토요일 아침 9시에 다시 만나서 고추가루 양념에 배추를 일일이 양념을 무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피곤에 지친 허리를 두들겨 가며 하는데도 일은 줄어 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끝날 즈음에 보니 양념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양념만 따로 팔까했었는데 원가가 안 나올 것 같아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다시 막김치 5박스만 더 하기로 하고 부랴부랴 마켓에 가서 배추 5박스를 더 사왔다.
새로 간을 해야 하니 시간은 다시 곱절이 걸리고 피곤에 지친 회원들이 배추 숨을 죽이는 시간에 잠시 쉬자고 해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나서 노래방에 갔다.
다들 피곤해 죽겠다고 아우성이더니 어디서 힘이 나는지 신발까지 벗어 던지고 춤을 추며 목청껏 노래를 불러가며 신나게 놀았다.
그 시간에 남편의 생일 케익도 자르면서.
두 시간쯤 놀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 성당에 돌아오니 배추는 알맞게 간이 죽어 있었고 다시 팔을 걷어 부치고 배추를 씻어 물을 빼고 다시 양념을 시작했다.
손발이 척척 맞으니 밤 9시쯤에 뒷정리까지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엔 김치를 파는 일이 남아 있었는데 100병에 가까운 김치를 다 팔 수 있을까 의아했다.
신부님께서 조미료를 넣지 않은 김치를 자모회에서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수익금은 주일 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쓰여질 것이라고 광고를 해 주신 덕분에 교우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사 주셨다.
그래서 그 많은 김치를 다 팔 수 있었다.
자모회에서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었다.
그저 성당에서 주일학교에 보조를 안 해준다며 불평만 했는데 이번 자모회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되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우리가 고생한 삼일 간, 집안 꼴이 엉망이 되고 정작 우리 회원들의 아이들은 밥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신경도 못 쓰고 보낸 삼일간을 다 보상 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수익금이 많았다.
우선 일차로 이 수익금은 주일 학교 어린이들이 아이스케이팅을 무료로 탈 수 있는데 쓰여 질 것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큰 일을 하는데 우리 멤버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나도 금요일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큰 일을 무사히 해 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잠이 다 달아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다들 너무나 힘들고 피곤한데도 누구 하나 몸을 사리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정말 자랑스럽고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뭔가를 해 냈다는 자부심에 며칠 안 먹어도 힘이 날 것 같다.
*박스에서 배추를 꺼내 자르고 소금물에 적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쁘고 여린 사람들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생새우도 까고 있고요.
*간이 죽은 배추를 열심히 씻고 있습니다.
*저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간이 너무 죽어서 처음엔 짰거든요.
*잘 먹어야 힘이 난다고 제 남편이 회원들을 위해 사온 해물들입니다.
*배추를 절여 놓은 막간을 이용해 노래방에서 노래도 불렀고 이렇게 남편의 생일 케익에 불을 켰습니다. 꼬마가 꼭 남편의 아이 같은데 아닌 것 다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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