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 일요일
어제는 각자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서 자모회 임원 6가족이 남편과 아이들을 동반하여 모두 우리 집에서 모였다.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남자 분들도 맥주가 한 캔씩 돌고 나니 어색했던 분위기들이 많이 풀리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 돌아갔다.
며칠 전에 김치를 담가 놓았는데 김치가 정말 맛있다며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자모회장 집에서만 먹으면 안된다는 농담에서 시작해서 일이 엄청 크게 번진 사건이 있었다.
“내 남편이 김치를 아주 잘 담그니까 남자분들이 모여서 김치 담그는것을 배워 보라”고 했더니 사먹는 김치가 너무 맛도 없고 조미료도 많이 들어가 있으니 몇 박스 담가서 서로 나누어 먹으면 좋겠다고 한 의견까지는 좋았는데 어떤 분이 이왕 담글 것 조금 더 많이 해 성당에서 팔아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해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에서 아주 난리가 났다.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니 우리가 물러서면 안 된다”느니 “그러면 10박스 정도 담가서 팔아 얼마라도 주일학교 비용에 보태면 정말 좋겠다”하면서 이야기가 급진전되기 시작해 금요일 오후에 시작해 토요일 오전까지 하기로 김치 담글 날짜까지 잡아 놓아 버렸다.
집에서 내 식구 먹을 것 담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10박스를 담글 것인가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해 난 도저히 못 하겠다고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김치 그것 팔아야 이익금도 얼마 안 남고 모두 힘만 들고 몸살 날테니 그 계획을 철회하면 안되요?”했더니 “타이레놀 하나씩 먹고 하면 괜찮아요. 정 힘들면 자모회장은 빠져도 되요” 한다.
대신 주일학교 교장선생님과 신부님과 성모회장님한테 허락만 받아 달라고 한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이미 분위기는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흘러가고 시장 볼 목록과 메니저를 만나서 협상할 사람까지 정해 놓았다.
회원들이 이렇게 열성인데 내가 빠진다는 것도 사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오늘 교장선생님과 신부님께 돌아오는 금요일에 김치를 담가서 팔겠다고 말씀드리니 아주 흔쾌하게 좋은 생각이라며 허락을 해 주셨고 성모회장님과도 이야기가 다 끝났다.
그리고 나서 teacher’s meeting에 자모회장이 들어와야 한다고 해 잠시 회의에 참가했다.
아니, 근데 이 분위기가 뭐래?
회의진행이 100%영어네!
그 회의에서 이번 토요일에 할로윈 파티를 하는데 자모회에서 조각용 호박 25덩이를 사주고 아이들 저녁 식사를 준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면 이번 금요일과 토요일에 김치를 담고 토요일 오후에 할로윈 파티 준비하려면 우리가 몸살이 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회의에서 나와 다시 임원들과 상의를 하니 두 가지를 절대 같이 할 수 없으니 김치 담그는 것을 다음 주로 연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대충 배추 한 박스가 얼마나 되고 고추가루 값이나 젖갈 종류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 대형 한국 마켓을 두 곳이나 돌았다.
배추 값이 15.99이상이 되면 아무리 해도 기금 조성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주에 배추값의 추이를 지켜 보고 나서 김치 담그기를 강행할 것인지 포기 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나서 집에 돌아오니 4시가 넘어 있었다.
몸은 힘들고 피곤해도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자모회 멤버들과 같이 하는 시간은 참 즐겁다.
내가 무슨 복이 많아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는지, 참 감사한 일이다.
어딜 가든 인복은 참 많은 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기름값이 이렇게 내렸습니다. 여름에 1갤런당 4불까지 갔었는데 이렇게 내리막으로 돌아서고 있네요. 이틀 사이에 10센트가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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