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이 한 주일도 이렇게 흘러가고....

김 정아 2008. 9. 6. 05:39

2008년 9월 5일 금요일

큰 아이는 4살 때 사준 침대를 아직도 쓰고 있다.

덩치는 나보다 큰 녀석이 그 조그만 침대를 슈가와 나누어 쓰려니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새 침대를 사달라는 것을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사주겠다고 한 것이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이사는 가야지 하면서 그 번잡스러움이 너무 커서 맘 먹기가 쉽지 않아 아직 침대도 못 사주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이제 더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이사는 가지 않더라도 당장 침대부터 사 내라는 것이다.

나도 더 이상 아이에게 불편한 것을 감수하라고 할 수가 없어 이번 노동절 세일에 사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었고 드디어 노동절에 아이와 몇 군데 가구점을 둘러 보았다.

 

이 나라는 어떻게 된 것이 one stop쇼핑이 안 된다.

침대를 사고 메트리스는, 메트리스만 파는 매장에 가서 골라야 하니 그것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가구점 몇 군데를 돌아보아도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이리저리 다니다가 ‘bedroom furniture’라는 곳에 가 보았다.

딱 맘에 들게도 그곳은 침실 가구 전문점이어서 종류도 많고 메트리스까지 팔고 있었다.

다른 곳에 더 이상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곳에서 bed, chest, night stand, dresser, mirror 까지 세트로 구입을 했고 다음 날 배달을 해 준다고 해서 배달비까지 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배달 온 사람들이 가구들을 방에 정돈을 해 놓고 침대를 맞추려고 보니 headbord를 엉뚱한 것을 가지고 온 것이다.

역시나 일 하는 것이 야물지 못한 게 미국 사람들답다.

아이는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침대가 완성되지 못해 실망이 가득하고 난 또 다음 날까지 내 일을 못하고 그 사람들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온다는 headbord가 감감무소식으로 오지를 않아 전화를 여러 군데 하고 나서야 , 그것도 온다는 시간 보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 어렵게 어렵게 침대를 완성했다.

침대를 사주면서 슈가는 데리고 자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첫날부터 그 약속은 여지 없이 깨져버렸다.

슈가가 절대로 침대가 아닌 곳에서는 자려고 하지를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슈가한테 가장 무서운 남편까지 슈가한테 저버려서 슈가는 이제 우리 침대도 함부로 넘보고 어느 날엔 남편의 묵인하에 우리 침대에서도 같이 자니 참 슈가 팔자가 상팔자다.

 

오늘은 창묵이네랑 민재네 엄마가 다시 만났다.

지난 여름에 휴가를 가면서 돈을 걷었는데 정말 알뜰히 여행을 하느라 여행 경비가 꽤 많이 남은 것이다.

남은 경비로 아줌마들이 모여서 점심을 한끼 하기로 했는데 개학 첫주엔 서로 바빠서 못 만났고, 오늘 만나 거하게 한 끼를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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