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이런 저런 소소한 일상

김 정아 2008. 7. 12. 00:51

2008년 7월 11일 금요일

무심코 돌아보니 앞 뒤마당의 잔디밭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간 흔적이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루 이틀 살펴 보았는데도 물이 뿌려진 흔적이 없어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차고에 들어가  스프링클러 기계판을 들여다 보니 어떤 숫자도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이다.

숫자가 안 나타나는 게 정상인가? 아니면 이게 고장이 나서 안 나타나는 것인가?하다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메뉴얼판에 뭔가 글자가 나타나야 정상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코드를 뺐다가 다시 꽂아 보아도 여전해서 헤어드라이기를 가져다 꽂아보니 정상적으로 작동되던 것이 그 곳에서는 작동이 안 되니 그 콘센트가 문제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스프링클러가 작동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남편이 한국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이렇게 뜨거운 날씨에 일주일 가까이 물이 뿌려지지 않아서인지 잔디가 싱싱해 보이지가 않아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익스텐션 줄에 연결해 보니 계기판에 숫자가 보이는데 setting을 다시 해야 할 것 같아 여러가지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시간이며 날짜, 물 뿌릴 구역까지 다 세팅을 할 수가 있었다.

당장 급해 현재 시각으로 해 놓고 작동을 시키니 마당에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지며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내 힘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즐겁게 방으로 들어왔는데 에어컨 조절 메뉴판에 ‘filte’r라는 글자가 자꾸 깜박인다. 왜 그런가 해서 보았더니 천정의 에어컨 필터가 내려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다시 사다리를 가져다 뚜껑을 열고 에어컨 필터를 제자리에 고정하고 문을 잠그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필터 표시는 돌아가고 있었다.

에어컨을 끄고 배터리를 끄고 �업을 눌러도 그대로 돌아가니 내 힘으로는 안 될 것 같고 남편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 급한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빨래를 널려고 뒷마당에 나가보니 저 앞쪽 잔디밭에 기다란 실같이 생긴 것이 누워 있는 것이 보여 뭔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니 왠일이야?

나무젓가락 굵기의 가느다란 실뱀이 죽어 있는 것이다.

무서워서 빨래도 못 널고 깜짝 놀라 방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자연사한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우리 슈가 짓인 것 같다.

주제에 사냥개라고 뱀을 사냥해 놓고 먹지 않은 것 까진 좋았는데 슈가야 눈에 안 띄는 곳에 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니?

치우지도 못하고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뒷마당에 못 나가고 있다.

독수리같은 것이 날아와 가져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밤에는 앞 마당이고 뒷마당에 절대로 나가면 안 될 것 같다.

 

나연이는 한달을 쉬다 치어 팀 연습에 오랫만에 갔다.

그동안 스트레칭이나 기본 동작을 간간히 집에서 연습을 했지만 쉬었던 몸으로 두 시간을 했더니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 하나가 '백 앤드 스프링'동작을 잘 해서 윗반으로 옮겨 갔다고 하며 한숨과 함께 많이 부러워했다.

나연이도 윗반으로 빨리 옮겨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