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아이 앞에서 우쭐거려 보기도 하고.

김 정아 2008. 5. 30. 00:22

2008년 5월 28일 수요일

아이는 요즘 파이널 시험으로 바쁘다.

엊그제는 마지막으로 중국어 에세이를 하나 써서 내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안되겠다며 나를 컴퓨터 앞에 앉혀 놓고 이것 저것 물어 본다.

중국어로 이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내가 20년도 훨씬 전에 중국어를 배우긴 했지만 언제 써 먹어 본 적도 없고, 그간에 중국어 책도 한 자 안 들여다보았으니 나도 막막하긴 아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문장을 만들어 주면 내 실력에 의심이 가서 인터넷으로 확인하며 , 엄마가 한 것 다 맞았네!하며 신기해 했다.

거의 한 시간을 앉아서 한 페이지를 다 완성했다.

아이가 틀린 것을 지적해 주고, 틀린 글자도 교정해 주었다.

내일은 중국어 시험을 보아야 한다며 공부를 하는데 도와 달라고 한다.

내가 중국어 문장을 읽으면 자기가 중국어로 쓰는 것이었는데 엄마, 발음이 그게 아니지 또는 엄마 성조가 좀 이상해 하면서도 내가 지 공부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아주 기뻐했다.

그러면서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엄마는 너보다 한국어 실력이 천 만배는 낫고 , 중국어도 너보다 잘해. 엄마가 너 보다 못하는 것은 영어 뿐이야. 엄마 영어 못한다고 무시하지마! 알았지? 하며 우쭐거렸다.

 

내가 봐도 중국어 참 어렵다.

중국어를 수강하는 학생이 17명인데 한국인 3명과 미국아이 1명과 나머지는 다 중국계 아이들이라고 했다.

난 그 미국 아이가 어떻게 중국어를 듣는지 안타까워 그 아이 성적은 어떠냐고 물으니 그래도 80점은 넘는다고 했다.

오랫만에 아들 앞에서 잘난 척을 해 보았다.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앞집의 일본 아줌마 히로미가 초인종을 눌렀다.

히로미는 요즘 대형 한국 마켓의 C.J  Food Corner 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매장에서 선크림 하나를 샀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한국어만 설명이 나와 있고 영문이 하나도 안 나와서 모르겠다며 사용법을 물어 보았다.

그래서 사용법을 알려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마켓에서 일하니 당연히 한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히로미를 보고는 무조건 한국말을 하는데 자기는 한국말을 몰라서 이 기회에 한국말을 배워야겠다고 한국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 전에도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나에게 한국말을 여러 차례 물어 보았는데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배워야겠다고 열정이 대단했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러 오면 그룹이 온다며 일본은 한 두명이나 자기 가족만 같이 가지 친구나 여러 사람이 같이 가지 않는다며, 대부분 한국인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다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여러 가족이 식당에 같이 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휴스턴의 일본 사회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대형 한국 마켓에 동양인들이 엄청 드나든다.

그 마켓에 일본 사람은 자기 혼자 일하는데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H마트에서 일하는 일본인하면 다 안다는 것이다.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다 히로미는 돌아갔다.

 

참 열심히 사는 히로미다.

히로미의 남편이 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보험 쪽의 일을 하게 되었는데 보수가 많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자기가 꼭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H마트에 지원을 해서 채용이 되었다.

어쩌면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여기서 오래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또 다시 좋은 이웃 하나를 잃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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