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쇼핑도 힘들어.

김 정아 2008. 5. 16. 12:01

2008년 5월 15일 목요일

시부모님께서 이번 1월에 오셔서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 시댁 식구들에게 드릴 선물들을 다 쇼핑해서 보내드렸고, 남편도 한국 출장을 자주 가는 데 빈손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 방문엔 물건들을 안 사가지고 가려고 했다.

친척집에 방문할 때 제철 과일이나 좀 사들고 가면 될 것 같아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한국 갈 시간들이 다가오고 나니 그냥 가려는 마음이 영  편치가 않은 것이다.

뒤 늦게서야 이리 저리 다니면서 적당한 물건들을 고르느라 요즘 제 정신이 아니다.

이 사람을 챙기다 보면 저 사람이 걸리고 또 저사람 것을 챙기다 보면 또 서운한 사람이 생기고 하다 보니 하나 하나 사다 놓은 물건들이 꽤 많다.

받는 사람이야 하찮을 지 몰라도 나는 나름대로 이것 저것 신경 쓰느라고 목록을 적고 적당한 것을 찾느라 머리가 다 아프다.

 

그런데 정말 이 쇼핑이 장난이 아니다.

어지간한 물건들은 한국 것이 훨씬 좋기 때문에 받는 사람들은 어쩌면 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비싼 브랜드의 옷을 이곳에선 좀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조카들 것은 좀 수월하게 골랐지만 어른들 것이 마땅하지가 않아 고민하다가 영양제만 사다 놓았다.

이제 어지간한 것들은 다 끝났고 시어머님 드릴 손목 시계와 책 가방 하나만 사면 될 것 같다.

오늘도 가져 갈 물건을 쇼핑하고 한국 마켓에 들렀다.

 

앞으로 2주 반 정도 후면 한국을 가기 때문에 식료품은 안 사려고 했다.

냉장고 , 냉동실을 뒤지면 아마도 2주 정도 버틸 식재료들이 나올 것이고 우리가 떠나도 남편은 집에서 밥을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냉장고 속 음식들을 다 처분하고 떠나야 되기 때문에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쌀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 놈한테 문자 메세지가 왔다.

‘chicken from H mart’라고.

대형 한국 마켓 개업한 것이 학교의 한국 아이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이슈거리 였는지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한국 직영인 치킨 집의 치킨이 그렇게 맛있다며 꼭 먹어보라고 했다며 오늘 닭을 꼭 먹어야겠다는 것이다.

참 나, 공부하는 것도 먹을 것 챙기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하면 좀 좋으냐고.

10학년이나 된 녀석이 요즘은 한국 드라마 ‘온 에어’ 인지 뭔지에 빠져서 컴퓨터에 코 박고 앉아 있다.

그 꼴을 보고도 아무 잔소리를 안 하니 나도 참 좋은 엄마다.

여하튼 오늘 아들 놈 먹을 것 소원도 풀어주고 ,두루 두루 둘러서 왔더니 온 몸에 힘이 다 빠진다.

“얘들아, 엄마 오늘 힘들어서 밥 못해. 너네가 알아서 먹어”하고 뻗었다.

 밥도 안 차려 주면서 좋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