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5일 화요일
중국에서 출장자가 오셨다더니 남편은 오늘 새벽 1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다.
아침에 호텔에 가서 출장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해야겠으니 아침에 도시락 두 개를 싸 달라고 했다.
아무 준비도 없는데 도시락 두개를 어떻게 싼담? 하고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도 도시락 싸는 문제로 어수선했다.
그래도 아침 식사라 번잡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아침 도시락 준비를 바쁘게 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큰 녀석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학교 버스를 놓쳐 버렸다.
이 녀석이 요즘 사춘기이긴 한 것 같은데 다행히 우리에게 심하게 반항을 하거나 거칠어 지거나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쓴다.
옷 장에 더 이상 걸어 둘 수 없을만큼 옷을 사 두고도 옷 욕심이 많고 청바지가 7개는 되는 것 같고, 신발 욕심도 많아 신발 사달라고 떼는 또 어찌나 많이 쓰는지 모른다.
Sprin trip을 다녀와서도 가족들 선물은 아무것도 안 사왔으면서 지 목걸이는 하나 사들고 왔다.
10학년이나 되는 녀석이 그래도 외모에 신경 쓰는 걸로 사춘기를 보낸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도 거울 앞에 서 있느라 학교 버스를 놓치고 나니 시간은 바쁘지만 얼른 옆 동네로 태워다 주려고 가니 이미 그곳도 지나가 버린 뒤여서 할 수 없이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부랴 부랴 돌아와 도시락 준비를 했다.
도시락이라야 콩나물 무침, 가지 무침, 김치, 미역국이 전부였지만 정신이 없었다.
남편을 보내고 쇼파에 잠시 앉아 있으려니 우리 슈가 녀석 쇼파 위로 올라와서는 산책을 가자고 어찌나 징징거리는지 비닐 봉지를 챙기고 모자를 쓰고 목줄을 매어 차에 태웠다.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산책 코스가 있었는데 오늘은 거기를 가 보기로 했다.
차에서 내려 슈가를 데리고 멀리 둑이 있는 곳을 향해 갔는데 둑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물이 있는 곳은 아니고 늪이 넓게 우거져 있었다.
자전거 코스였는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가고 있었다.
저쪽 뒤에서 흑인 청년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우리 슈가는 그 청년을 보고 넋이 빠져 버린 듯 하다.
내가 가자고 목줄을 당기면 한 발자국 옮기다 다시 그 청년을 쳐다보고 아예 엉덩이를 땅에 대고 앉아서 그 청년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청년은 개가 무서운지 가까이 오지 못하고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시 목줄을 당기니 두 어 걸음 가다가 다시 뒤돌아보고를 반복했다.
갈림길에서 청년이 다른 길로 접어드니 그제서야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이 녀석이 보는 눈은 있나 보다.
내가 보기에도 썩 잘생긴 청년이던데 지도 여자라고 그렇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게 우습기만 하다.
거의 한 시간 반을 슈가랑 걸었는데 산책 길에 우거진 나무가 없어서 뜨거운 햇빛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버리니 그다지 좋은 산책길은 아닌 것 같다.
내일부터는 다니던데로 동네 호숫가나 돌아야겠다.
이렇게 해서 바빴던 아침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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