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만 3년을 맞으며...

김 정아 2005. 2. 23. 22:51

2005년 2월 18일 금요일

 

오늘 히로미와 새로 이사 온 한국 아주머니인 성호 엄마랑 우리 집에서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히로미는 우리 동네의 터줏대감이다.

 

이 동네의 역사와 더불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해서 이웃의 많은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다.

 

히로미가 먼저 한국인 새로 이사왔는데 같이 한 번 모이자고 말해 우리 집에서 환영회라는 걸 하게 되었다.

 

히로미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파리의 연인'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달라고 한다.

 

어제 전화를 해 와 '파리의 연인'을 보고 있는데 친구에게 빌린 DVD를 빨리 보고 돌려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끝까지 못 본다며 나머지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수혁과 기주의 관계, 수혁 엄마와 기주의 관계, 기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해 주었었다.

 

다 못 보고 돌려 준 것에 엄청 아쉬워했다.

 

여하튼 히로미는 한국 드라마의 광 팬이다. 

 

얼마 전에 한국 식당에 같이 갔었는데 그 곳 T. V에서 이동건이 나오는 유리화를 몇 분 동안 본 적이 있었는데 이동건이 일어를 하는 장면이었다.

 

일어를 했던 사람과 수혁이 동일인물이라 했더니 자기는 수혁이 너무 맘에 든다고 좋아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곁으로 빠져 버렸는데 이곳에 온 지 1년 2개월쯤 된 성호네 엄마는 한국에서 미용사로 5년 정도 일했고 영어가 잘 안되지만 6개월 동안 이곳의 미용 학원을 다니면서 미용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3월 중순에 어스틴에 가서 미용사 시험을 본다고 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시험을 보라고 격려 해 주었고 앞으로 자주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다.


 

 

 

 

2005년 2월 20일 일요일
여기에 온 지 오늘로 이제 만 3년이다.

 

무작정 좋았고 새로웠고 쉴 수 있어 꿈만 같았던 지난 세월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일상들이 흘러가고 있다.

 

3년 휴직을 내고 왔는데 다시 1년 연장원을 보내고, 미국 생활 4년째를 맞고 있다.

 

여러 가지 많은 발전이 있었다.

 

전화로 병원 진료 예약하는 것, 난 절대로 못 할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아이들이 아파 학교에 못 가는 날에도 학교에 전화해 아이가 못 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골프장에 티타임을 예약도 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야 할 아이가 버스에 타지 않을 때도 학교에 전화해 사정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전화 할 땐 깊은숨을 한 번 들이쉬고 긴장을 해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시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많은 발전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중요한 것을 빠트리지 않고 챙길 수도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엄마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세월의 흐름 때문이리라.

 

이제 다른 것 보다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아직 시간이 더 흘러야 될 것 같다.

 

안 되어도 열심히, 열심히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