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한국에 관한 아줌마들의 수다.

김 정아 2005. 8. 13. 00:43

2005년 8월 11일 목요일

 

아이들 개학 기념으로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다.
방학동안 아이들 뒷바라지한 우리들의 노고를 스스로 위로하고, 아이들 없이 홀가분하게 점심을 같이 하기 위해서다.

 

티셔츠 하나에 반바지에 슬리퍼 질질 끌면서 80여 일을 보냈는데 그 식당은 반바지 차림은 입장을 할 수 없다고 해 모처럼 만에 치마를 차려 입고 화장도 좀 하고 외출을 했다.

 

꽤 격조 높은 집이라서 그런지 식당 안의 인테리어도 훌륭했고 음식도 깔끔했다.
우리는 많은 대화들을 주고받았는데 방학 동안에 한국을 다녀온 두 친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남편의 주재원 임기가 끝나면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갈 것에 한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던 친구는 한국 학생들의 과외 열풍이 그간 더 극심해 진 것 같고, 그 사이에서 아이가 도저히 살아 남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통 100만원 이상의 과외비를 지출해야 하며 고학년이 될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 유치원생들도 그 대열에 뛰어들어 마냥 학원으로 돌아야한다는 이야기 등등 이미 알고 있는 상황들이 더 치열해 가는 현실에서 과연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품고 왔다.

 

남편의 임기가 끝나도 여기 남기로 결정한 한 친구는 한국의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한 마디 했다.
20대 뿐만 아니라 40대, 50대도 비켜 갈 수 없어 좀 뚱뚱한 사람은 공공의 적(?)으로 치부 받는 한국 사회, 어디를 가도 너무나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만 북적거려 자기 눈은 정말 황홀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만날 때마다 '다이어트 좀 해라, 살 좀 빼라'고 해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왔단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 한 군데쯤 해야 하는 게 사회 분위기라나?
올해 대학에 들어간 딸의 친구들이 턱을 깎고 코를 높이고 눈 수술을 해 도저히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예뻐져 자기 딸도 쌍꺼풀 수술을 해주기로 결정을 하고 왔단다.

 

그리고 나를 향해 하는 말 "정아, 너 내년에 한국 간다고 했지? 너 살 빼고 가! 안 그러면 미국 촌닭 소리 듣고 온다. 우리가 4대 비만 도시인 휴스턴에 살아서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지, 한국은 나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난리다. 난리!"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한국의 긍정적인 면보다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 우울한 기분도 함께 느끼며 외출에서 돌아 온 하루였다

 

*식당 앞에서 한장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