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남편을 위한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해 놓고.

김 정아 2008. 2. 9. 12:47

2008년 2월 8일 금요일

쇼핑은 대체로 혼자서 다니는 편이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서 원하는 물건 앞에 가서 대충 살펴보다 사고, 절대로 이 곳 저 곳 사전 답사도 안 하는 편이고, 가격 비교도 안 하고, 물건을 사면 또 절대로 return도 안 하는 편이다.

 

둘 이상이 가면 시간도 많이 지체되는 편이라 홀가분하게 혼자 다닌다.

그런데 오늘은 영란 언니랑 함께 가자고 했다.

휴스턴 유일의 유아교육을 위한 학원을 하다 한 달 전에 처분하고 지금은 자유 시간을 누리고 있는 언니와 함께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가오는 발렌타인 날을 맞아 고생하는 남편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건네고 싶었고 직원들 초코렛이라도 하나씩 사고 싶어서였다.

 

지금껏 발렌타인 데이라고 남편에게 작은 초코렛 하나 준 적 없이 무덤덤하게 살아왔고, 상술에 휘둘리며 살고 싶지도 않았는데 가끔씩 ‘나 답지 않게’ 사는 것도 때로는 재미있을 것 같다.

무엇을 살까 백화점 1,2층을 돌아다녀도 특별히 맘에 드는 것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데 딱 내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이 있었다.

발렌타인 데이 기념 트렁크 팬티였다.

빨간 바탕에 수 없이 많은 하트가 그려진 것도 있고,하얀 바탕에 하트가 그려진 것도 있었다.

사이즈가 맞는, 내가 원하던 빨간 바탕에 하트가 그려진 것이 없어 온통 빨간 색에 기하학무늬의 하트가 그려진 것을 사 들었다.

기분이 좋아지긴 했는데 남편이 그 트렁크 팬티를 입어줄 지는 모르겠다.

뭐 그래도 내 성의를 생각하면, 또 결혼하고 처음으로 발렌타인 데이를 챙기는데 그 정도는 입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뭐 그다지 쑥스러울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그날 반응이 기대 된다.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와 직원들 초코렛을 사 들고 한껏 기분이 고조되었다.

우리 마누라 철이 들어서 내가 말 안 해도 직원들 것까지 챙겼다고 좋아할 것 같다.

 

언니와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도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부르며 혼자 흥에 겨웠다.

 

*발렌타인 데이 초코렛을 미리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