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8일 월요일
남편은 지난 토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샌토니오 쪽으로 향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 한 분께서 샌토니오에서도 서쪽으로 3시간을 더 가는 곳에 ranch를 가지고 계신다.
사슴이나 멧돼지를 사용하는 용도로 쓰고 있고, 심신이 피로할 때 사냥 하러 가는 곳인데 그곳에 동물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망루 세 개를 세웠는데 요근래 세찬 비바람에 다 쓰러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망루를 복구 해야 해서 남편을 비롯해 세 분을 더 섭외해서 네 사람이 그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가는데 7시간, 오는데 7시간이 걸리니 꼬박 토요일과 일요일을 다 투자해야 하는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남편이 가겠다는데 기분은 나쁘지만 아무 소리 안 했다.
남을 위해서는 온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토요일 일요일이나 집에서 쉬어라’, ‘휴일에나 아이들 ride하는 일 좀 도와 달라’ , ’아이들도 휴일엔 아빠랑 함께 있고 싶어한다’, ‘일요일에 미사를 안 가도 되느냐’ 등등의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그냥 참았다.
지난 주에 김치도 담아 주었으니 한 주 쯤 자기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아주 시골이라서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데도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은 더 나가야 하는 곳이라 했다.
오후 늦게 쯤 두개를 끝냈다고 전화가 왔다.
그리고서 일요일에 미사를 갔다가 하나네와 영화를 한 편 보고 왔다.
‘27dresses’라는 로맨스 영화였다.
가뜩이나 영어가 안 들려 그림만 보는데 그나마 좀 늦게 들어가니 한참 동안 줄거리를 파악하느라 애를 먹었다.
직장의 보스를 마음속으로만 애타도록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 어느 파티에 여동생을 데리고 나갔다가 여동생과 직장 보스가 한눈에 반해 버려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혼, 여자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또 다른 멋진 남자, 결국 여자 주인공은 자신을 따라 다니는 남자의 진심을 알고 그와 결혼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영화였다.
그런데 왜 이 나이에도 그들의 로멘스에 내 마음이 떨리는지 참 주책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3시 30분이 넘어 있었고 남편한테 missed call 하나가 와 있었다.
다시 전화를 해 보니 다 끝나고 이제 샌안토니오 가까이 왔으니 6시 반쯤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집으로 돌아가 집 정리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휴게소에 내려 화장실에 갔다가 휴대전화기를 놓고 와서 다시 돌아가고 있으니 먼저 저녁을 먹고 있으라는 것이다.
순간 짜증이 팍 솟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도 지루한데 다시 한 시간을 돌아가야 한다니 막 화가 나는 것이다.
9시에 돌아온 남편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내일 출장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사무실에 나가야한다며 나랑 같이 가고 싶다고 해 사무실에 나갔다가 11시에 들어왔다.
오늘 새벽 4시 30에 일어나 LA로 출장 가는 남편을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참 좋은 아내 인것 같다. 하~하.
남편 혼자 밤에 나가면 무서울 것 같아 사무실에 같이 나가 주고, 남편 출장 가는데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 남편 기침 소리 한 번이면 꼬리 팍 내리고, 이 정도면 좋은 아내 아닐까? 남편이 들으면 혼자 착각한다고 비웃겠다.
집에 와서 간신히 아이들 학교 보내 놓고 골프에 갔다 왔다.
무료 쿠폰 한 장과 ‘buy1, get1 free ‘티켓을 사용하니 일인당 7불이었다.
하루를 저렴하게 즐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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