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드디어 우리 집 티비에 한국 방송이 나온다.

김 정아 2007. 11. 8. 08:27

2007년 11월 7일 수요일 

여기 오자마자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맘껏 보라고 부추기며 케이블을 달았었다.

한시라도 빨리 영어에 귀가 트여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살았었다.

그런데 이제 영어가 어느 정도 되니 텔레비전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떠올라 한동안 시청하지 말자고 약속을 하고 살았다.

그러나 원석이와 남편은 텔레비전 없이 지내기가 힘들만큼 지나치게 텔레비전을 좋아해 흐지부지 다시 텔레비전을 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의 한국말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와 버렸다.

아무래도 한국 텔레비전을 틀어 놓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실지로 아주 어려서 이곳에 온 아이의 한국말 실력이 그렇게 좋아 비결을 물으니 하루 종일 한국 방송을 틀어놓고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한국 방송을 설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기존의 케이블을 해지하고 오늘 한국 방송이 네 개나 나오는 케이블을 달았다.

 

설치하는데 두 시간이 걸린다더니 아침 9시에 와서 1시 15분에야 끝났다.

두 사람이 왔는데 한 사람은 무지하게 무례해 흙 묻은 신발을 신고 들어와 온 카펫에 발자국을 묻히고 돌아다녔다.

예전에는 신발을 좀 벗어 달라고 말을 했는데 남편은 그냥 놔두라고 했다.

발에 상처라도 나고 다치면 다 우리 책임이니 벗으란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해 그냥 두었는데 기분이 무지하게 나쁘다.

내가 무례라고 표현 한 게 사실은 어폐가 많은 말이긴 하다.

이곳 사람들은 거의 실내에서 다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니 그들의 문화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긴 하다.

그래도 한 사람은 눈치가 빨라 내가 맨발인 것을 보고 신발을 벗고 다니던데 이 무례한 사람은 막무가내고 오늘아침까지 잘 되던 인터넷이 너희들이 일하러 온 다음에 접속이 안 된다고 했더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니 케이블 회사에 전화를 해 보란다.

내 힘으로 영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케이블 설치하다 인터넷이 안 되니 짜증이 팍 나는 것이다.

다른 한 사람에게 다시 말하니 코드를 뺐다가 다시 꽂으라고 해 그렇게 했더니 다시 작동이 되고 있었다.

SET UP이 다 되어 한국방송 채널을 틀어 보니 한국 말 방송이 막 나오는 것이다.

뉴스가 나오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남편이 이제 한국 뉴스를 끼고 살 것 같다.

아이들이 한국 방송을 잘 봐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케이블 설치가 끝나자마자 DOG HOTEL을 찾아 갔다.

일반적인 정보를 달라고 해서 읽어 보니 하루에 26불이라 했고, 큰 공터가 있어 개들이 뛰어 다니는 게 마음이 놓여 예약을 하겠다고 했더니 맙소사! 우리가 원하는 추수감사절에는 꽉 차서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개 호텔까지 추수감사절에 찰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당황스러웠다.

집에 와서 다른 호텔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메시지 남기라는 소리만 나오고 전화를 받지 않아 속이 부쩍 부쩍 타 들어갔다.

다른 개 호텔이야 많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공터를 가지고 있는 개 호텔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호텔이라고 우리 슈가 자리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