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4일 일요일
우리 집 일요일은 남편과 내가 따로 행동한다.
남편은 큰 아이를 데리고 9시 약식미사에 다녀와 아침 식사를 같이 해결하고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하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온다.
난 작은 아이를 데리고
10시 30분 정규 미사에 갔다가 성당에서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1시쯤 집에 돌아온다.
성당에 따로 다니다 보니 여러 사람들한테 아주 걱정스러운
어조로 남편과 관계가 좋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우리가 특별히 오순도순 정답게 사는 부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각한 가정불화가 있는 집도 아닌데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10시 반 미사에
가기 싫어하는 남편을 데리고 같이 가고 싶은 맘도 없고, 나도 또한 친구들과의 친목을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9시 미사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러니 당분간은 따로 다닐 것이고 계속 의문에 찬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이지만 서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도 성당에서 느지막하게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 차가
그대로 주차 되어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나도 내 볼일을 좀 보다가
부엌에 들어섰는데 온갖 야채들이 다 나와 있는 것이다.
양파는 껍질이 깨끗이 벗겨져 있고, 마늘도 까져 있고 ,부추도 깨끗이 씻어져 있고, 열무도 손질되어 있고, 파도 손질되어 바구니에 담겨 있고, 생강도 가지런히
놓여 있고, 무우도 다 씻어져 있었다.
개스렌지 위에는 배추 겉껍질이 다 삶아져 있었다.
‘아, 뭐~야? 오늘 김치 담는 날이야?’ 하면서 차고로 나가 보았더니 역시나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고 있었다.
‘아이구, 나한테 말도 안하고 저렇게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 해? 나도 피곤해 죽겠는데!’ 하면서 나 몰라라 하고 나도 침대에 가서 한
시간쯤 잔 것 같다.
밖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에 깨었는데 남편은 간에 절여진
배추를 씻고 무우를 채 썰고 있었다.
전에 담았던 김치가 시어져 며칠 밥상에 올리지 않았더니
김치가 떨어진 줄 알고 시장을 봐 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양념을 만들고 배추에 속을 넣어 김치를
담아 놓았다.
부지런한 남편 덕에 얼결에 김치를 담고 보니 좀 힘들긴
해도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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