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드디어 마칭 밴드 마지막 날!

김 정아 2007. 11. 12. 07:38

2007년 11월 10일 토요일

원석이는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풋볼 게임에 마칭 밴드 멤버로 참가했다.

지금까지 9번의 게임에서 원석이네 학교의 풋볼 팀은 세 번의 승리를 거두었고, 오늘 열 번째 게임에서 이기면 몇 번 더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지면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난 그 말을 듣고 제발 오늘 게임에서 지기를 바래고 바랬다.

아침 10시에 학교에 간 원석이가 5시쯤에 게임이 끝났다며 다니엘을 비롯해 여러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가겠다고 전화가 왔다.

그러라고 끊고 생각하니 이겼는지 졌는지 안 물어 봐 다시 전화해서 게임 결과를 물었다.

엄마, 당연히 졌지! 한다.

나는 앗싸! 정말 잘 되었다. 아들 축하한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뭐든 이겨야 좋은 것을 졌다고 좋아하고 보니 그것도 좀 이상하긴 하네.

오늘 마지막 게임이 되었다고 저녁을 먹고 다니엘 집에 가서 놀다가 밤 12시쯤 끝날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때나 데리러 오라고 했다.

 

게임에 져서 더 이상 마칭 밴드 연습을 안 해도 되고, 게임에 따라 나가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 졌다.

8월 초부터 거의 3주 일찍 방학을 반납하고 뜨거운 햇빛에 얼굴이 까맣게 타 들어갈 만큼 맹연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바로 오지 못하고 3시간씩 학교에서 연습하고 파 김치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그 고생을 이제 하지 않는다 해도 콘서트 준비와 리전 시험 준비로 바쁠 것이지만 마칭 연습에 비하면 아주 새 발의 피이다.

 

11시 30분에 데리러 오라 해서 다니엘 집에 가 보니 많은 아이들이 2층에서 마지막 게임을 자축하며 놀고 있었고, 다니엘의 부모님은 거실에 앉아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다.

다니엘 집이 밴드부 아이들의 아지트여서 덩달아 다니엘의 엄마 아빠도 바빴는데 이제 한가해 질 것 같다.

한결 같이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챙겨주는 다니엘의 부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돌아왔다.

 

3개월의 마칭 시즌이 나에겐 3년만큼이나 긴 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힘들었다.

이제 학업에 힘쓰고 SAT 준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아이 학교의 마칭 밴드 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