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요즈음의 고민거리.

김 정아 2008. 2. 28. 00:02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원석이는 한국 선생님에게 클라리넷 레슨을 받다가 1년 전부터 집에서 가까운 미국 선생님으로 바꾸었다.

매주 빠지지않고 레슨을 받고 있지만 특별히 실력이 향상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자기  입으로도 “엄마, 난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어. 공부도 그저 그렇고, 클라리넷도 그저 그래” 한 것처럼.

 

그런데 오늘은 이 클라리넷 선생님한테 계속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 된다.

선생님 자체는 미국의 유수한 사립 Rice 대학을 나왔고 전공을 세 가지나 한 아주 실력있고 유능한 선생님이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 변호사를 3년이나 하기도 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 그만두었고 , 수학교사 자격증이 있어 다음 학기에 주간으로 수학교사를 하려고 알아 보고 있다고 했다.

클라리넷도 전공해서 시립 악단에도 적을 두고 있고 그 중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나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그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였다.

이곳은 New Year’s day나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가 굉장하다.

소리도 요란하고 불꽃도 찬란한데 그 틈을 타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난 그말을 듣고 아주 기절할 뻔 했다.

한 사회의 40이 넘은 성인이 아직 어린아이한테 그런 소리를 내 뱉었다는 게 이해도 안 되고 , 클라리넷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인격형성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학생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원석이는 꽤 깔끔한 면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지 지 방이 완전 엉망이다. 양말 한짝씩 벗어 여기 저기 흘려 놓고 음료수 마신 컵도 이리 저리 널려 있고, 벗은 옷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방 좀 정리하라고 하면 “난 Mr. May처럼 살고 싶어. 얼마나 자유로운데” 하며 Mr. May를 들먹인다.

Mr. May의 거실도 정신없이 어지럽지만 안방은 특히나 아주 쓰레기장 수준이다.

언젠가 차를 인터넷으로 샀다며 원석이와 나에게 안 방에 있는 컴퓨터로 보여 주는데 안 방에 들어갔다가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이불은 침대 위와 아래에 몇 개씩 널브러져 있고, 바닥은 발 디딜 곳을 못 찾을만큼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걸 보더니 아이는 아주 부러워 보였는지 그렇게 사는 것이 자유로와 보였는지 도통 지 방 청소를 안 한다.

방 청소 안 하고 지저분한 것도 문제지만 그런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흡수가 될지 걱정이다.

 

이렇게 원석이는 Mr. May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그대로 놔 두어도 좋을지 어떨지 판단이 안 선다.

다행히도 원석이는 선생님의 그 소리를 듣고 “우리 선생님 이상해, 어떻게 그런 생각을하지 “ 하는데 더 고민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