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일 수요일
제 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이라는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책을 읽었다.
여기저기 블로그에 다니면서 들었던 제목이었고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나서 빌려온 책이었다.
남편인 덕현과 아내 인아, 또 다른 남편 재경이라는 세 사람이 펼쳐 나가는 내용이었다.
한 회사의 과장으로 근무하는 덕현은 프로그래머로 파견 나온 인아와 일을 하다가 정이 들어 결혼이라는 제도에 염증을 내는 인아를 온갖 감언이설로 꼬여내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덕현은 우리 시대를 사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 사람이었지만, 인아는 일부일처제라는 구속된 제도를 싫어하며 결혼한 여자라도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한다면 외박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덕현과 결혼을 한다.
결혼 얼마 후 인아는 경주로 파견 근무를 나가고 거기서 재경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인아는 서울로 올라와 덕현에게 재경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덕현은 인아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혼할 수 없어서 그들의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인아는 평일엔 재경과 경주에서 결혼 생활을 하고, 주말엔 서울에 올라와 덕현과 결혼생활을 한다.
그 사이에 지원이라는 딸을 낳게 되는데 지원은 아버지가 둘이다.
덕현은 아버지가 누구라는 사실을 밝히라고 종용하지만 재경과 인아는 우리 셋의 딸이라고 한다.
파격적인 사상을 가진 그들이지만 세상사는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뉴질랜드로의 이민을 생각하고 그곳에선 2층 집을 얻어 세 사람이 같이 살기로 하고 끝이 난다.
이 책은 덕현과 인아 재경의 이야기가 반이고 축구 이야기가 반이다.
책의 소제목이 ‘레알 마드리드’ ‘새도 스트라이커’ ‘골기퍼를 다 기용하는 선에서 마음대로’ ‘훌리건’ ‘터치라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축구의 개념’ ‘골기퍼로서의 철학’ ‘골 결정력’ ‘비신사적 경기의 대가’등등이다.
축구의 온갖 규칙이나 철학을 결혼 생활과 비교한 글의 짜임새가 엄청 돋보인다.
이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축구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까 짐작이 가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빠졌을 것 같기도 하다.
아주 세련되고 글의 토대가 아주 맘에 든다.
그런데 나는 축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국내외 축구 선수 이름을 대라면 20명이나 될까 말까 하게 축구에 無知한 내가 책에 기록된 축구에 관한 내용은 별로 재미가 없어 대충 넘긴 책장도 있었다.
이 책을 몇 장 넘기고부터 끝장을 덮을 때까지 난 이들의 정신세계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황당했다.
덕훈이 다리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재경은 덕훈의 집으로 옮겨 앉아 지원을 돌보는 상황에서는 ‘ 이 또라이들이 지금 뭐하는 거야?’하며 엄청 흥분했다.
빨간 불에서 무단횡단을 한 기억이 없고, 휴지통이 아닌 곳에 휴지를 버려 본 적이 없고, 사회가 요구하는 작은 규칙들을 지키려 노력하는 지극히 소시민인 나로서는 이들의 결혼관에 대해 실소(失笑)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세계오지의 곳곳에서 일처다부제나 일부다처제가 있다니 그들의 용감한 사상에 박수라도 쳐 주어야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향기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앤디 앤드루스의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고 . (0) | 2007.08.17 |
---|---|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고. (0) | 2007.08.12 |
이지선의 '오늘도 행복 합니다.'를 읽고 (0) | 2007.07.29 |
토드 홉킨스의 '청소부 밥'을 읽고 . (0) | 2007.07.25 |
공지영의 '착한 여자'(상, 하권)를 읽고. (0) | 2007.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