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토드 홉킨스의 '청소부 밥'을 읽고 .

김 정아 2007. 7. 25. 01:43
 

2007년 7월 24일 화요일

성당에서 빌려온 ‘청소부 밥’이라는 책을 읽었다.


거의 모든 남편들이 그렇듯 로저 킴프로우라는 젊은 사장은 하루 종일 일에 쌓여 지내며 주말에도 처리하지 못한 일을 하느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다.

이대로 살다가는 재산의 반과 두 아이를 아내에게 주고 이혼을 하든지, 아니면 과로사로 죽어버릴 듯한 위태한 상황에 도달해 있다.


그는 늦은 시간에 회사의 청소를 해 주는 나이든 ‘밥(Bob)’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밥은 젊은 시절, 탄탄한 회사에 유능한 인재로 근무하다 퇴직을 하고 친구이며 영원한 동반자였던 아내 엘리스를 먼저 하늘로 보내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해 청소부 일을 시작하게 된다.

청소부 밥은 지치고 낙심에 빠진 젊은 사장 로저에게 세상사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그 지혜는 그의 아내 엘리스가 밥이 힘들어 할 때 마다 하나씩 가르쳐 준 여섯 가지 지침이다.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배운 것을 전달하라.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물려주어라.

이상이 엘리스가 밥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로저는 매주 월요일 밥과 대화를 하면서 세상이 다시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커 가는지 알 틈도 없었고 아내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던 냉랑한 가족, 그래서 언제 이혼으로 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가정에 로저의 노력으로 남들처럼 다시 행복해졌다.


직장 내에서도 하루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대기업 크로킷 스틸의 횡포에 시달리다가 과감하게 그 회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하자 오히려 크로킷 스틸의 회장이 찾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해 다시 예전처럼 많은 직원들이 즐거움 속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지침을 준 밥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자 그에게서 많은 도움을 얻었던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와 그의 마지막 길을 평안하게 지켜 주었다.


예전에 읽었던 엘렌 싱어의 ‘마시멜로 이야기’는 사장이 자신의 운전수에게 삶의 지혜를 이야기 해주어 그 운전사는 큰 꿈을 안고 늦은 나이에 대학을 들어가게 된다.

스펜서 존슨의 ‘선물’에서는 방황하던 젊은이가 이웃의 지혜로운 노인에게 삶의 지침을 얻어 훌륭한 인재로 성장을 하게 된다.

이 세권의 책의 구성 내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로저와 한국의 많은 남편들이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 같다.

내 남편 또한 다른 한 명의 로저이다.

시도 때도 없이 다니는 출장, 아침 일찍 나서서 요즈음 새벽 3시가 넘어서 퇴근한다.

휴일이라고 달라 질 것은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하루에 대화 하는 시간은 결코 3분을 넘지 않는다.

대화라기보다는 서로 꼭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다.

가령 “ 출장 가니까 출장 가방 좀 싸놓아”라든지

“누구네 집에서 저녁 먹기로 한 것 안 잊어버렸지?” 정도이다.

정말 사이좋은 부부가 나눌 법한

“오늘 점심에 간 식당은 맛이 어땠어?”라든지

“오늘 아이들 데리고 영화 봤다는 것 어땠어?”라고 대화 해 본 적은 없다.

서로 하루 있었던 일을 오순도순 나누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사는 것이 내가 그리던 생활이었는데 그저 우리는 생활에 찌든 부부일 뿐이다.

다정한 부부는 아니어도 이제 사십 중반에 접어드니 그저 자신의 몸 관리 잘 하면서 건강하게만 지내주어도 고맙겠다는 생각이다.

결코 가정과 직장 생활을 둘 다 잘 할 수는 없을 것이니 차라리 아내인 나에게 무심한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돈 때문에 나를 걱정하게 만든 적도 없으니 이것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지.

로저의 아내 달린은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불행했는데 난 그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 보았으니 또 감사한 일이다.


한국 남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세상이 달라 보일지도 모를 책일 것 같다.

남자들에게, 특히 무지하게 바쁜 한국의 남편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