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고.

김 정아 2007. 8. 12. 11:35
 

2007년 8월 11일 토요일

신경숙의 바이올렛이라는 책을 읽었다.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간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박하는 외할머니 밑에서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난 오산이는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자라난다.

어머니마저 네 번이나 각기 다른 남자를 따라 나갔다가 병든 몸으로 돌아온다.

이씨 성이 주를 이루던 시골마을에서 역시 겉돌던 남애라는 여자아이와 친자매처럼 지내다 이유 없이 남애에게 배척당한 후 그 슬픔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의식 밑바닥에 깔려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세종문화 회관이 바라보이는 꽃집에서 일을 하다 그 곳에 바이올렛이라는 꽃을 찍으러 온 사진기자를 만나게 된다.

두 번째의 우연한 만남에서 사진 기자는 산이에게 “바이올렛 때문에 당신을 처음 봤을 때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알아?”라는 한 마디에 그녀는 그 여름 내내 뜨거운 가슴으로 그를 갈망했다.

그녀의 의식 속에 그는 완전히 진입해 버려 그 남자로 인해 허둥거렸다.

그리움에 지쳐 그 남자가 근무하는 빌딩 앞에 유령처럼 걸어가서 한 낮 동안 바라보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그 근처에 바이올렛을 심기 시작한다.

바이올렛이 퇴색해 가는 가을이 오자 그녀는 더는 견딜 수 없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 허무감과 허탈감에 그녀는 단골손님이던 최를 찾아가나 악마의 본색을 드러난 그에게 폭행을 당하고 공사 중이던 포크레인으로 기어 들어가 온몸을 부수고 찧어 피 냄새가 바람 속에 섞여 들어가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도 참으로 여러 종류인가 보다.

단 두 번의 만남으로, 남자의 가슴이 뛰었다는 한 마디로 온몸에 열병을 앓을 수 있던가?

어떤 언질도 언약도 없던 남자를, 그녀를 기억도 못하는 남자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가?

어릴 적에 상처가 많았던 그녀라 무작정 자신을 향한 호의 한마디에 귀한 자신을 그렇게 내 던질 수 있는가?

40이 넘은 내 자신은 사랑의 감정에 무디어 졌는지 그녀의 그런 아픔에 같이 아파하지 못하고 혀를 끌끌 찼다.

그녀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남자가 뭐라고 그렇게 무너지고 고통스러워 하는지 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헤치고 피폐하게 만드는 사랑도 사랑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