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4일 목요일
지난번에 ‘한강’을 4권까지 읽고 더 못 읽겠지 했었다.
이곳에서 한국 책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고, 친구들 중에도 ‘한강’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작년 5월 이후에 성당의 정규미사를 거의 가지 않았었다.
약식미사만 보고 집으로 왔는데 얼마 전부터 윤지네랑 주재원 한 가족이 새로 성당에 나가게 되어서 같이 다니느라 정규미사를 보게 되었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성당 도서관에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한강’ 전권(全卷)이 보이는 것이다.
이게 왠 떡이냐 싶어 얼른 5,6 두 권을 집어 들었다.
그 두 권을 3일만에 다 읽었다.
5,6권은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그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바닥에서 천장의 높이가 1미터 50센티 밖에 안 되는 봉제 공장에서 창문 하나 내지 않아 온통 먼지를 먹고 살아야하면서도 초과 수당도 없이 일요일 수당도 없이 현대판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노동자들, 우리들에게도 사람처럼 살 수 있게 해달라며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며 죽은 전태일 열사 이야기.
서울의 인구 폭발로, 판자 집에 살던 사람들을 강제로 이웃도시 성남으로 이주 시키고 그들을 위한 아무 대책이 없는 통에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며 , 또 살기위해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매춘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
달러를 벌겠다면서 총알이 흩뿌리는 월남에 들어가 죽음을 담보로 월급을 받아 도박에 빠져 돈을 모두 날리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
서독에 간호사로 나가 치매 노인들의 몸 수발을 들며 , 인종차별을 당하며, 김치도 못 먹고 힘들게 살면서 휴일엔 따로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억척스럽게 이국땅을 개척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독일에서 시커먼 석탄 먼지를 마셔가며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악착을 떨어가며 살아가는 광부들.
이 6권 째의 시대 배경은 1973년까지 올라와 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누가 서울로 이사 간다 하면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농 현상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러 너 나 없이 서울로 올라갔지만 그들의 삶이 농촌보다 나을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이, 또는 논 밭 팔아 올라갔어도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도시 빈민을 이루며 또 어려운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아마 7권, 8권을 읽어나가면 최근대사에 이르기에 우리의 멀지 않은 과거를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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