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조정래님의 '한강'을 읽고 3. (7권~10권)

김 정아 2007. 6. 28. 01:27
 

2007년 6월 27일 수요일

오늘 한강 마지막 권까지 다 읽었다.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우리 민족 근대사와 더불어 대부분의 민중들도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유일민의 경우가 가장 행복으로 끝난 것 같다.

대학 시절 임사장 아들의 과외교사로 있다가 아버지가 월북한 것이 죄가 되어 가정교사 자리도 박탈당하는 유일민은 그 딸 임채옥의 절절한 구애마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임채옥은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그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임채옥은 간절히 소망했던 유일민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

두 아이가 딸리고 남편이 죽은 후에서야 유일민의 아내가 되었지만 그래도 가장 행복한 주인공들이 아닌가 싶다.


기회주의자의 표상으로 떠올랐던 김선오.

돈과 권력을 따라 첫사랑까지 버리고 첫사랑의 절친한 친구와 결혼을 모색하다 결국 버림을 당했지만 부자집 딸과 결혼을 했고, 이후 최고 권력에 붙으려다 전라도 출신이란 걸 알고 버림을 당한다.

그는 그 이전에 본적까지 서울로 옮겼고 원적을 옮기라는 야유까지 받았다.

그런 기회주의자가 최고 권력으로 부상하면 억울할 뻔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뿔 뿌리 민중의 상징이었던 천두만.

땅 한마지기 없던 가난한 농부였던 천두만은 빈손으로 서울에 올라와서 똥 푸는 일에서부터 인천 부두 노동, 연탄가루모아  찍는 일, 연타가루 훔치는 일, 넝마주이, 머리카락을 모아 가발 공장에 대는 일, 지게 지는 일, 담배꽁초 줍는 일까지 최하층민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가며 살아가지만 결국 딸마저 교통사고로 잃고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농토에서 살게 된다.

아마 70년대 힘없는 국민이 살아가는 대표적인 삶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6.25전쟁이 끝난 이후 4.19혁명에서 5.16을 거쳐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을 거쳐 박대통령이 서거를 하고 노사분규가 태동하려는 초기, 그리고 5.18광주 항쟁까지의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태백산맥, 아리랑을 거쳐 한강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20년을 글 감옥에 갇혀 살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이 장가를 가서 애 아버지가 되는 세월을 그는 세 작품을 쓰는데 고스란히 바쳤던 것이다.

그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아버지의 노고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태백산맥을 베끼라는 지시를 했고, 그 이후에 며느리에게도 똑같은 일을 시켰다고 한다.

하루에 15장씩 쓰면 3년에 끝난다고 했으니 그 방대한 양에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세 종류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름이 1200명이 넘는다니 가히 작명소를 차리고도 남을 것 같다.


이 훌륭한 책이 나오도록 해 민족문학의 굵은 획을 그을 수 있게  온갖 내조를 마다하지 않았을 그의 아내 시인 김초혜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