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Mother's day에

김 정아 2007. 5. 14. 11:45
 

2007년 5월 13일 일요일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이곳의 어머니날이다.

난 한참 전부터 아이들에게 어머니날이 곧 다가온다며 나도 선물 받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댔다.

난 한국의 어버이날에 전화 한 통 달랑 했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머니 날 대접을 톡톡히 받고 싶은 못 된 심보를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아침 기다리지도 못하고 잠자고 있는 나연이 방에 들어가서 “오늘 어머니날이야  뭐 없냐?”했더니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옷 방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 왔다.

어머니날에 주려고 지난번에 책 전시회 하는 날에 영어 소설책 한권을 골랐고, 친구랑 자전거 타고 가서 샀다면서 사탕을 잔뜩 꺼내 놓는 것이다.

영어 소설책이나 사탕은 저나 좋아하지 이 엄마도 좋아하는 줄 아나 보다.

그래도 고맙다고, 우리 딸 엄마 영어 책 열심히 읽으라고 책도 사왔네 하면서 좋아해 주었다.


그리고서 큰 아이를 데리러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큰 아이는 어제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겠다고 해서 데려다 주었고, 성당 가는 길에 들러 데려 가기로 했었다.

차에 올라 탄 큰 아이는 어머니날이라며 선물을 내 놓았다.

손가방과 그 안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었다.

난 당연히 아빠가 한국 출장 가기 전에 사주고 간 것인 줄 알았다.

“ 아빠가 역시 안목이 높다니까! 이거 아빠가 골라 준 것 맞지?” 했더니 자기가 샀다는 것이다.

“뭐라고? 이거 네가 샀어? 언제? 어떻게 가서 사왔는데?”했더니 글쎄 어제 친구랑 백화점까지 걸어가서 샀다는 것이다.

그 친구 집에서 백화점까지는 차로는 10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지만 그 친구 역시 엄마가 일하는 분이라서 아이들을 태워다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8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에, 찻길을 피하느라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 가는데 한 시간 , 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이 철없는 어미가 어머니 날 선물 타령하다가 자식 하나 잡을 뻔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두 시간을 오간 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낯간지러운 날이긴 해도 부모 챙기고 일 년에 한 번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게 해 주는 것도 교육시켜야 된답시고 강조했었는데 내년부턴 그냥 조용히 넘어가야겠다.

 성당에 가서 친구들에게 마구 마구 자랑을 했더니 원석이 안목이 높다며 모두 부러워하는 것이다.

아들 딸 무지하게 고맙다!

 

*나연이가 포장 한 것이고요.

 

* 포장지 안에 든 선물입니다. 아마도 곧 나연이 차지가 될 것 같지요?

 

*원석이가 준 선물이고요.

 

 

 

포장지를 풀어보니 이런 선물이네요. 왕골로 만든 여름 가방과 캘빈 클레인 향수와 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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