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아침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김 정아 2007. 7. 12. 03:58
 

2007년 7월 10일 수요일

나연이는 지난 한 달 공부를 위주로 하는 섬머 스쿨에 다녔고 이번 주 부터는 요리하기, 그림그리기, 비즈 공예, 만들기 등을 하는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다.

9시부터 12시 까지만 하는 곳이라 데려다 주었다 집에 와서 잠시 쉬다 보면 다시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첫날에 둘러보니 한국 엄마들도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오고 있었다.


마음 맞는 엄마들이 이번 수요일에 아침식사나 같이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래서 오늘 아이들을 교실에 들여보내고 현수엄마, 윤지엄마랑 아침 식사를 같이 했다.

얼마 만에 누려보는 여유로운 자유시간인지 모르겠다.

두 아이 데리고 오가다 보면 도통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고, 아이들 때문에 평일에 누군가를 만나 차 한잔 마시는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살아왔던 것 같다.


IHOP은 평일 아침인데도 미국 사람들로 분주했고 우리들도 그 틈에 자리 잡고 앉아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하며 그간의 생활들을 서로 나누었다.

방학이라 아이들 챙기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 특히 아이가 셋인 윤지엄마는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아이들에 치여 산다는 이야기가 주였다.

커피는 우리 집에서 마시기로 하고 집에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제 남편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다 풀린 듯한 홀가분한 느낌이다.


어제 남편은 한국으로 출장을 떠났고 , 공항에 가서 그 차를 운전하고 돌아오기 위해 같이 길을 나섰다.

그러다 집을 나서자마자 어떤 일로 서로 감정이 격해져 말다툼을 하다 기어이 나는 분하고 억울해 눈물 콧물 질질 흘리고 말았다.


남편은 내 가족보다 남이 먼저다.

“아무개네 가족 요즘 어때?” 하고 나에게 물으면

“ 그 집 요즘 이리저리해 잘 살고 있어” 라거나

“ 요즘 뭣 때문에 좀 힘든 것 같아” 라는 대답을 해야 만족을 한다.

그 자리에서 내가 “ 나도 요즘 전화를 안 해봐서 잘 모르겠네” 하면

“신경 좀 쓰고 살지, 왜 그리 무심해”라는 소리가 바로 돌아온다.

사돈네 팔촌까지 챙기면서 살아야 되는 사람인데 난 그렇게는 못한다.

난 서로 서운하지 않을 만큼 적당한 선에서 적당하게 챙기면서 산다.

남편은 그런 나를 잘 이해 못한다.

어제도 그런 문제 땜에 목소리를 높였는데 앞으로도 난 남편처럼은 못 산다.

나까지 그러면 우리 집은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앞으로 정상적으로 산다면 30년을 더 살아야할 텐데 수시로 부딪힐 문제다.

그래서 공항까지 가서도 잘 다녀오란 소리도 안 하고 휑하니 오고 말았다.



*제가 당분간 블로그를 통하는 블로거에게만 공개 하려고 합니다.

6년 째 블로그를 써 오다 보니 제 방에 안 왔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 글은 비공개로 꼭꼭 숨겨 놓으면서 제가 새 글을 올리면 한 달음에 달려와 읽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길게는 3~4간을 그렇게 읽고 가면서도 변함없이 자기 것은 비공개입니다.

제 사생활을 여지없이 감시당하는 느낌입니다.

휴스턴에서도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읽고 나서 제 이야기도 한다더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과히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어차피 이 블로그야 제 만족을 위해 쓰는 글이고 , 제 글을 통해 작은 정보라도 얻어 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이렇게 심통이 날 때가 있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전체 공개로 바꾸겠습니다.

아마 곧 그렇게 될 것입니다.


'나? 백수 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요일 하루의 이모저모  (0) 2007.09.01
내가 정말 혐오하는 동물.  (0) 2007.07.15
Mother's day에  (0) 2007.05.14
사무실에서2.  (0) 2007.05.12
사무실에서1  (0) 2007.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