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공지영의 '고등어'를 읽고.

김 정아 2007. 4. 26. 00:08
 


2007년 4월 25일 수요일

공지영이란 작가는 여러 책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대학가에서 치열한 8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수도원 기행’이란 책에서도 아주 여러 장에 걸쳐 그 시대의 농민 노동자 문제에 대해 기술 한 적이 있다.

희망을 찾기 위해 투쟁했던 우울한 80년대를 본격적으로 그린 책이다.


명우: 80년대 열렬한 노동운동가였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기업가들의 자서전  을 대필하며 살아간다.

은림과 연숙과 여경 사이에서 끝내 어느 누구에게도 안주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은림: 노동운동을 했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건섭의 아내이다.

약대를 다니다 사회 운동으로 퇴학 조치를 당한다.

남의 아내가 되어서 명우와 사랑을 하다 명우의 아이를 갖게 되고 노동운동을 하다 6개월만에 사산하게 된다.

7년후에 명우를 찾아 와 명우 품에서 결핵으로 죽어간다.


연숙: 노동자였던 그녀는 노동운동가였던 명우와 결혼하게 되나 사랑이 없는 결혼으로 딸 하나를 두고 결국은 명우와 이혼하게 된다.


여경:80년대와 상관없는 여경은 명우와 연숙의 이혼 후 명희를 통해 명우와 알게 되며 그를 사랑하게 되는 미술학원장이다.

명우와의 결혼을 원하나 결국 그 둘 사이에 은림이 나타나면서 아픈 가슴만 안고 이별하게 된다.


글 중에 명우의 오피스텔에 전처 연숙과 옛 불륜의 애인 은림과 현재 애인 여경이 우연히 마주 앉게 되는 기막힌 장면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혼돈의 80년대를 살지 않았다면 그들 세 명이 만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 불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서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없었던 80년대였다.

그 강물은 민중의 땀과 고통이 녹아들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감정의 사치라고 했다.

강물조차 아름답다고 느낄 수없는 그 시대에 남녀 간의 사랑은 그야말로 배척당해야 할 가장 큰 적이었다.

은림과 명우의 사랑 또한 불륜으로서도 용납될 수 없었지만 그들의 이데올로기로서도 절대로 용서 될 수 없었기에 둘이 도망을 치기로 했지만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난 그 시절 캠퍼스의 분위기에 휩쓸려 데모대 뒤꽁무니를 몇 번 따라다니고 최루탄 가스에 몇 번 울어 본 적이 다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감옥에 투옥되고 깃발 앞세워 열심히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20년 전의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회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공장으로 들어갔던 그 선배들은 어떤 모습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지 궁금해졌다.

아직도 대쪽 같은 신념으로 산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고, 명우처럼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이도 저도 아니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두 다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일 것이다.


보통 책 한권을 들면 일주일 넘게 걸리는데 조승희 사건이 터지면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읽었던 책이라 금방 다 읽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