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최인호님의 '달콤한 인생'을 읽고.

김 정아 2006. 12. 20. 02:47
 

2006년 12월 19일 화요일

최인호의 소설집 ‘달콤한 인생’을 읽었다.


6.25 전쟁이 발발해 만삭의 어머니가 징병당한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피난길을 떠난 후 남의 집 헛간에서 그는 태어났다.

역시 피난길에 오르던 마음 착한, 한 부부의 도움으로 태어났으나 적의 폭격에 헛간이 불타면서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그 부부에게 맡겨진 아이는 박순택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시작한다.

그 곁에 천사와 악마가 대화를 나눈다.

“이 아이를 반드시 천국으로 이끌겠다.” 는 천사와 “난 이 아이를 파멸로 이끌어 자살하게 만들 거야” 라는 악마.


순택은 부모와 누나와 평택에 살면서 미군 부대에서 엄마와 고체 연료인 해탄을 몰래 훔쳐내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다 어느 날 엄마는 철조망을 빠져 나가다려 빠르게 달려오는 미군차를 피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온 몸이 깨져 죽고 만다.

아버지는 아내가 세상을 뜬 것이 모두 순택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미워하다 고아원에 보내 버린다.

순택은 누나와 아버지가 있는 내가 왜 고아원에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우울하게 살다가 열다섯 살 나이에 고아원을 탈출해 서울에 가서 소매치기가 된다.

천사는 순택의 꿈에 엄마로 나타나 죄에 물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슬퍼하며 우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악마는 옆에서 속삭인다. “잘 했어. 넌 이제 자유야. 네 맘껏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탁월한 솜씨로 ‘번개’라는 별명으로 조직에서 인정을 받다가 열여덟에 현장에서 붙잡혀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스물두 살에 전과 5범이 되며 요주의 인물로 지목받으며 인간쓰레기가 되어 살다가 철장 너머로 누나가 면회를 오면서 시골집에 내려가 병들어 죽어가는 아버지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심분녀’라는 친엄마의 행적을 찾아 엄마의 고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수소문해 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큰 공장을 하고 있던 아버지는 그에게 ‘한선우’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과거를 버리고 완전히 새 사람이 되라 했다.


손재주가 많았던 한선우가 공장을 맡아 하면서 빠르게 성정해 단시간에 부를 축적한 막대한 재산가가 되며 막강한 정치가의 딸인 유미를 만나 결혼해 탄탄한 길을 걷게 된다.


선우가 타고 가던 차에 한 사람이 부딪혔는데 소매치기를 같이 하던 ‘딱부리’였다.

딱부리의 출현으로 그가 전과 5범이었다는 사실이 들통 나면서 번창하던 사업도 쇠퇴의 길로 들어서고 밤이면 남의 호주머니를 터는 이중인격자로 사회적인 매도를 당하면서 아들 하나만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는 이혼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마저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천사는 그의 옆에서 같이 울어 주고 악마는 “이런 게 달콤한 인생이다. 이제야말로 내가 너를 자살의 길로 인도 할 때가 되었다”


그는 늙고 병든 지하철 노숙자가 되어 술 한 병을 위해 구걸을 한다.

악마는 또 속삭인다. “자 일어나 저 지하철 레일위로 걸어가라, 고통은 잠깐이고 안식은 영원하다.

천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아직도 이 아이의 수호천사야. 난 반드시 천국으로 이끌 거야”

그는 표 한 장을 사 들고 죽음의 개찰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므로 망설이지 않고 전동차가 도착하는 앞자리로 갔다.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의외로 명료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달려오고 있는 기차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이 역 구내를 흔들었다.

“어머나, 내 아기 좀 살려 주세요”  한 여인의 울부짖음과 동시에 레일 바닥위로 굴러 떨어진 아기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그는 레일 위로 뛰어 들어갔다.

사내의 몸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이미 숨은 멎었지만 아이는 엄마 품속으로 무사히 들어와 있었다.

“이 비겁한 천사야. 자살하려는 그 녀석보다 네가 한 발 앞서 엄마와 아기로 변신했어. 이것은 반칙이야”

“그 아이가 동정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내 날개를 이미 잃었어. 내가 이겼어. 그 아이를 영원한 천국으로 이끌게 되었어.”


한 인간의 일생에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서로 경쟁해서 승리를 쟁취한다는, 조금은 유치한 발상으로 시작되는 단편소설이었다.

자타가 인정할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작가의 작품에 감히 ‘유치’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아마도 혹독한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부정이 판을 치고 세상살이가 고달프다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희망을 가지고 살 이유가 충분한 세상이다.

달콤한 인생이던, 아니며 고달픈 인생이던 우리가 마음먹기 나름인 세상이 아닐까?

내가 박순택이나 한선우처럼 절망의 구렁텅이에 아직 빠져 본 적이 없어 이렇게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