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길고 긴 여행 끝에 정말 무리를 해서 아침 7시 30분에 집에 들어왔는데 그렇게 무리를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당의 미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뉴올리언스까지 가서 고해성사를 한 깨끗한 몸과 마음인데 미사를 빠진 죄를 지어 다시 고해성사를 보기는 싫었다.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짐을 내려 대충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잠을 못 자 빨갛게 된 토끼 눈을 하고 9시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신부님 강론 시간에 졸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졸지는 않았다.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미사에 다녀왔다는 뿌듯함이 참 좋았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와서 편한 마음으로 잠을 좀 청할까 했는데 남편은 내 눈치를 슬슬 보더니 오늘 집에 손님을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10명이 넘는 사람들을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것도 정신이 없을 것이고 당신이 해 주면 좋고, 힘들면 식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내가 미친다. 정말
남편 생일도 추수 감사절 여행으로 당연히 피곤할 것 같아 당겨서 했는데, 또 손님을 치르라니 죽을 노릇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피하지도 못할 손님들이다.
남편의 오랜 친구의 동생들이 타주에 살다가 휴스턴을 방문했다.
먼 곳에서 온 동생들을 식당에서 본다는 것이 나도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팔 다리가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었다.
비몽사몽간에 음식을 준비하고 윤지네랑 남편 친구의 동생들을 불러 저녁을 먹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내가 사람이 되긴 된 것 같다. 그것도 엄청 많이.
한국에서라면 그 피곤한 몸으로 사람 초대 못한다고 버티었을 텐데 아무 소리 안하고 음식 장만한 것이 내 스스로 기특하다.
내일은 남편과 아이들 다 보내고 침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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