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0일 화요일
요즘 원석이를 아주 주시하며 보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한국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냐고 물어보니 즐거운 맘 반과, 가고 싶지 않은 맘이 반이라고 한다.
그나마 반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니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하나만 말해보라고 하니 아이들이 너무 거칠고 욕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대도시 아이들보다 훨씬 순박하고 부드러울 것 같은데 아이가 느끼는 면은 또 다른가 보다.
만약 남녀 공학이었다면 아마도 아이들이 중화 되어서 좀 순할 수도 있을텐데 남자만 있는 학교니 그 거침과 짓궂음은 말을 안 해도 가히 알 것 같다.
날마다 아이가 놀래서 집에 들어온다.
“엄마, 아이들이 왜 발로 차면서 놀아?”
“엄마, 어떤 아이가 물을 마시다 후배를 밀어서 그 후배 아빠가 화가 나서 학교에 왔데”
“엄마, 어떤 아이가 택시 타고 왔는데 돈도 안내고 내려서 경찰서에 갔데”.
“엄마, 왜 애들이 욕을 그렇게 많이 해? 말하는 중에 반은 욕이야”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간 아이는 한국 학교 문화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이가 7학년에 다닐 때 수업종이 울려서 교실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한 아이가 문을 가로 막고 못 들어가게 해서 그 아이를 밀었다.
그 아이가 휘청거렸는데 선생님이 그 광경을 보고 경고를 주어서 수업이 끝나고 교장실에 들어가 한 시간 가량 반성문을 쓰느라 집에 늦은 적이 있었다.
그 상대방 아이가 교실바닥에 넘어진 것도 아니고, 피가 난 것도 아니고,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그저 비틀거린 것이 전부였는데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장난으로라도 친구들끼리 발로 차고, 등을 때리고, 머리를 쥐어박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환경에 있다가 이 곳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이 너무 심각하게 다가 온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끼리 서로 욕을 하며 말을 하는 것에도 아이가 심하게 꺼려 하는 부분이다.
원석이한테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것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7~8년 전 쯤 담임을 했을 때의 일이다.
학생들이 너무 심하게 욕설을 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어서 그것을 좀 바로 잡아 볼까 하고 월말에 욕을 안 하는 학생을 뽑아 상을 주기로 하고 수시로 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두 달 연속 같은 학생이 상을 받았는데 그 아이 자체가 너무 내성적이어서 하루에 학교에서 말 한 두 마디 밖에 안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아이 빼고 욕을 하는 것이 너무나 일상화 되어 있었는데 그런 부정적인 문화가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영화에도, 드라마에도 강도가 높은 욕들이 서슴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국 학교에 와서 좋은 것만 배워가야 한다며 그런 말을 들어도 흘려버리고 절대 배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원래 사람의 심성이 그런 것들에 대한 유혹이 많으니 아이가 한 달 후엔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 반면 국어 시간에 새로운 단어를 많이 배워오고 기특하게 단어의 뜻을 물어보면 곧잘 바른 대답을 해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한다.
포복절도(抱腹絶倒), 미지(未知), 보고(寶庫), 계륵(鷄肋), 산촌(山村)등은 국어 시간에 새로 배운 단어들이다.
큰 기대를 안 하고 보냈는데 그래도 하루 종일 학교에 있으면서 뭔가를 배워오는 것 같아 기쁘다.
*창 밖을 내다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화재가 난 줄 알고 전화를 해 보았더니 소방훈련 중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았답니다.
'한국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나들이 (0) | 2006.06.29 |
---|---|
낯선 곳에서의 내 일상 (0) | 2006.06.29 |
감자도 캐고..... (0) | 2006.06.29 |
큰 아이, 드디어 교복을 입고 한국 중학교에 입성하다. (0) | 2006.06.19 |
친구들과 함께수련회를 다녀온 작은 아이 (0) | 2006.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