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큰 아이, 드디어 교복을 입고 한국 중학교에 입성하다.

김 정아 2006. 6. 19. 11:14
 

2006년 6월 16일 금요일

원석이는 어제 밤 내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더니 아침 일찍 일어 났다.

물론 새로운 학교에 가야 하는 마음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어제 민수와 통화를 해서 아침에 만나서 같이 걸어가기로 했는데 아침에 변수가 생겼다.

민수는 아침에는 아빠 차를 타고 가고 저녁에는 걸어오는 것인데 내가 잘 못 이해를 했다.

그 시간에 버스를 타고 가기도 늦었고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른데 처음 가는 학교를 길도 모르는데 혼자서 가라고 할 수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민수 엄마께 부탁을 해서 오늘만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맙게도 원석이 다니는 동안은 태워다 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민수 아빠 차를 타고 가라고 했더니 왜 모르는 사람 차를 타고 가야 되느냐며 울상이 되어서 짜증을 부렸다.

간신히 달래서 민수네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는데 저런 아이가 어떻게 오늘 하루를 지내고 올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작은 아이는 어디에 내 놓아도 걱정이 없는데 큰 아이가 너무 여리고 숫기가 없어 정말 걱정이다.

선생님께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너무 경솔한 것 같아 그만두고 아이를 기다렸다.

오늘은 7교시를 한다고 해 계산해 보니 5시 30분은 되어야 할 것 같아 초조하게 기다리다 문을 열고 아이가 들어오는데  아이 얼굴이 아주 밝아 보였다.

하루 학교생활 어땠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나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리고 방학을 해서 여기 왔는데 왜 방학 동안에 나는 또 학교를 다녀야 하느냐,  왜 나는 방학이 없느냐, 한국 중학교에 가면 맞고 다녀야 하는데 내가 왜 그런 학교를 가야 하느냐, 왜 내 의견은 없고 아빠 엄마 의견만 있느냐, 등등 불만이 아주 많았었다.

그런 아이가 밝은 얼굴로 들어오는 것을 보니 난 아주 만족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한국 중학교 체험 학습이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확고부동하게 키워 줄 것이며 일생을 사는 동안 아주 중요한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중학교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그리고 원석이 반 학생들 모두 모두 정말 감사하다.

아무 소리 없이 받아 주시고, 내성적인 우리 아이에게 호의적인 느낌으로 다가와준 학생들로 인해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아무쪼록 이곳 방학 하는 날까지 잘 다녔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얼굴이 굳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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