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낯선 곳에서의 내 일상

김 정아 2006. 6. 29. 09:35
 

2006년 6월 21일 수요일

친구도 없고, 길도 모르는 이곳에서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나서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이 되는지 남편은 전화를 할 때마다 오늘은 뭘 하고 지냈느냐고 물어본다.

사실 이곳 순천 시내는 한두 번쯤 와 본 것이 전부이다.

15년 전에 결혼식을 이곳 순천에서 했었고, 부모님이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한 번 와 본 게 전부인 것 같다.

시부모님이 주로 거처하는 곳은 이곳에서도 40여분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이곳은 내게 아주 낯선 곳이다.

정말 내가 아는 사람이라곤 큰 시누이 한 분 뿐이다.

시누이께서 이것저것 챙겨 주시고 또 모르는 것은 물어서 해결하고 있고 워낙 성격 자체가 혼자서 노는 것도, 혼자서 뭘 하는 것도 좋아한다.

옷 사러 가는 것도 혼자, 쇼핑하러 가는 것도 혼자, 미장원 가는 것도 혼자서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없다 해도 이곳 생활이 불편함은 없다.


어제는 혼자서 미장원에 갔다.

거의 10년 넘게 웨이브 파마를 해 본 적이 없다.

짧은 머리거나 스트레이트파마를 하고 다닌 게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휴직을 하고 미국에 건너간 후로는 그다지 외모에 신경을 안 써도 되었기 때문에 굳이 파마라는 걸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에는 같이 근무했던 동료 선생님들을 광명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5년 만에 만나는데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10년 간 했던 생머리가 지루하기도 해 변화를 주어보고 싶었다.

나름대로 부드러운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 만족이다.


오늘은 옷을 한 벌 사 왔다.

친구들 만나고 선생님들 만나는데 텍사스 아줌마처럼 나가지 말라고 남편이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텍사스 아줌마란 화장도 안 한 얼굴에 청바지 티셔츠를 입는 아주 촌스러운 아줌마를 뜻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뉴스를 듣고 일찍 서둘러 나가 맘에 드는 옷 한 벌을 골랐다.

이 나이가 되었어도 내 스타일은 변함이 없었다.

세일러문, 어느 학교에서 내게 붙여준 별명이었다.

프릴이 있고 레이스가 달린 공주풍의 옷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다.

아마도 휴스턴에 돌아가서는 입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것이 대세인 휴스턴에서 그런 공주풍의 옷을 입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내 맘에 드는 옷을 골라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