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외국인 관객을 숨 죽인 한국의 장고춤.

김 정아 2004. 5. 9. 03:24

학부모 센터의 End of year party 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 지역엔 5-6개의 외국인 학부모 센터가 있다.

가장 중요한 사업은 영어 반을 운영해 어학 능력을 신장 시켜 주는 것이고, 때때로 미팅을 가져 여러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큰 행사는 전 센터의 학부모들이 연합해 각 학교별 공연을 하고, 가르쳐 준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이다.

 

오후 6시에 정해진 학교로 갔다.

오늘은 뭔가 특별해야 할 것 같아 우리 한국인들은 한복을 차려 입기로 했다.

한복의 고운 자태를 보고 모두다 칭찬을 보내 준다.

각 학교 별로 선생님과 학생들이 나가서 사진을 찍고 선생님들에게 꽃 다발을 선물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우리도 숀과 함께 섰다.

숀은 올해 학부모 센터에 근무하는 마지막 해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카운슬러 자격증을 따자마자 우리 지역의 명문 고등 학교인 테일러에 9학년 카운슬러로 가기 때문이다.

남편은 테일러의 역사 선생님이니 부부가 같은 학교 교직원이 된다.

인사말을 하는데 숀은 내 학생들은 모두 나의 아기들이고, 모두 나의 부모이기도 하다며 말을 이어가는데 감정이 복받쳤는지 한동안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난 숀에 대해 별 애틋한 감정이 없다.

2년간을 열심히 다녔지만 아직 내 이름도 모르고, 한국인에 대해 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숀의 얼굴을 보니 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각 학교의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공연에 들어갔다.

멕시코 인들의 댄스와 베네주엘라 인들이 노래 등등이 이어지고 드디어 우리 한국, 선아의 장고 춤이 이어졌다.

선아는 리틀엔젤스 출신이며 시립 무용단에서도 활동한 고전무용 전공자이다.

한국의 놀이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그 자신의 아이들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선아가 가르친 초등학생 아이와 둘이서 무대에 섰는데 화려한 한복만으로도 시끄럽던 강당이 조용해졌다.

장고 소리와 더불어 둘의 무용이 시작되었는데 모두 다 눈을 떼지 못하고, 곳곳에선 숨소리와 사진 찍는 소리만 들려왔다.

 

춤이 끝나자 요란한 박수소리가 들려오고, 마치 내가 무용수 였던 것처럼 뿌듯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 왔다.

이어지는 공연을 모두 보고 타민족과 하나 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진다.

 

*윗 사진은 우리 반 학생들 전체입니다.

가운데 검정 옷을 입고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우리 선생님입니다.

한복이 사진의 분위기를 팍 살렸지요?

아래 사진은 선아의 장고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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