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내 홍콩친구 프란세스를 만나고 온 날.

김 정아 2004. 3. 1. 00:23

오늘 홍콩 친구 프란세스를 만났다.

프란세스는 우리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다가 sugar land로 이사를 가면서 못 만나게 되었다.

 

프란세스가 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는 언제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수가 있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커피포트를 씻어 커피를 내려주는 일을 도맡아 했었다.

그녀는 커피 내리는 일을, 나는 칠판 닦는 일을 서로 고마워해 가면서 귀찮은 생각 없이 했었는데 그녀가 이사를 가면서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아 우리는 커피 생각이 간절하면서도 더 이상 마실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 좋아했다.

내 서투른 영어도 끝까지 참아주며 들어주었고, 내 작은 일에도 언제나 잊지 않고 언니처럼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녀가 이사를 가면서 상실감이 컸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잊어갔다.

 

그런 그녀가 만나자는 제의를 아시안 클럽멤버(한국, 일본, 싱가폴, 태국, 대만 , 홍콩)에게 전해왔고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일찍 나온 프란세스는 언제나와 같은 따뜻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이사 간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나 이곳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검정고시와 비슷한 종류인지 5과목을 공부해서 시험에 모든 과목 합격하면 이곳 고등학교 졸업장을 준다는 것이다.

 

예비 시험 문제를 보여주는데 역시 수학은 한국보다 훨씬 아래 단계이다.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아니 중학교 수학문제도 나는 풀어볼 엄두가 안 나는데 이곳 고등학교 문제는 꽤 만만해 보인다.

 

그러나 사회와 과학 앞에서는 기가 질렸다.

일단 문제의 뜻도 모르니까.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서 좋은 곳에 취직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자신에 대한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목적을 가지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노력하는 그 과정이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귀한 에너지가 될 테니까.

 

우리는 월남 국수를 맛있게 먹어가며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누가 아줌마들의 수다를 지극히 비생산적인 행동이라 말하며 비웃는가?

난 이곳의 모든 생활 정보를 그 수다를 통해서 얻어 듣는다.

아이들 학교에 내는 결석계도,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행동의 문제들도, 문화충격을 줄이는 방법들도.

더군다나 영어에 미숙한 우리들은 서로 말하는 대화 속에서 삶 속에 녹아 든  영어까지 배우고 있다.

 

같이 간 한국 친구는 언니 이렇게 수다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아? 서로 국적이 모두 다른 우리가?.

하긴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우리가 모여 한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게 .

 

너무나 소중한 내 친구들!

언젠가 내가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일생을 살면서 내게 많은 추억과 귀한 사람들로 간직 되리라.

 

 

*아래 사진은 지난 봄 소풍 때 공원에 가서 찍었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프란세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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