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8일 수요일
도서관 수업에 가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는 찰나에 전화가 왔다.
“ 언니, 전데요, 지연 엄마 짐이 오늘 들어오는데 그 집 남편이 너무 바빠 짐 들어오는 것도 못 보고 출근해 지연 엄마 혼자 끙끙거리고 있나 봐요. 전 지금 골프 레슨 중이라서 못 가는 데 언니 혹시 시간 되면 좀 가 봐 주었으면 해서요”
남편과 동종 업체에 근무하는 주재원 한 집의, 한국에서 부쳐온 이사짐이 오늘 들어온다는 것이다.
일단 쟈넷 선생님에게 오늘 수업에 못 간다고 전화를 하니 선생님은 “오늘 나랑 하는 영어 공부보다 네 친구를 도와 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며 다녀 오라고 했다.
그 집에 도착하니 두 명의 스페니쉬들이 분주히 오가며 짐을 풀어 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어가 안 되기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4년을 산 내가 당연히 더 나아 반 토막 영어로 스페니쉬들과 이야기하면서 이사 짐을 정리했다.
침대,책상들을 2층으로 옮겨 조립하는 것을 도와 주는데 스페니쉬 아저씨들은 ‘아줌마 이뻐, 배고파 죽겠어, 여기? 저기? 아줌마 이리 와봐,’ 등등의 짧은 한국말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다.
배가 고프다기에 뭘 시켜 주기도 그렇고 해서 라면을 먹겠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꺼낸 라면을 한참을 쳐다 본다.
그러더니 맵냐고 묻기에 매우 매운 맛이라고 했더니 자기는 매운 것은 못 먹는다고 해 과일 깎아 주었다.
7년 동안 이사 짐 센터에 근무하며 한국 사람들의 이사를 도와 주면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하며 약 100단어 정도는 안다고 했다.
미국 사람들과 참 다른 면이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회사에서 10년을 일을 해도 전혀 한국 말에 관심이 없다.
10년을 한국 회사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고작 ‘안녕하세요?’딱 한마디 할 줄 아는 사람을 보았다고 초영 엄마가 말했었다.
참 짜증나는 사람이다.
아무리 영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해도, 언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하나도 안 받아 한국말에 관심이 없다 해도 인간적으로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난민 촌에 근무한다 해도 내게 주어진 기회이고 시간이라면 뭐 하나라도 얻어가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할 것 같다.
도전 정신도 없고, 진취적인 기상도 없는 무사안일의 표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여하튼 대충 일을 마치고 도우미들은 돌아갔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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