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2일 일요일
일년에 두 차례씩 구역별로 돌아가면서 성당에서 점심 식사 당번을 한다.
300여명 분의 밥과 반찬을 하려면
토요일에도 나가 일을 해야하고 일요일도 아침 일찍 나가야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그다지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에 성당에 적을 둔
이후로 빠진 적은 없었다.
몇 해 전에는 엘에이에 휴가 가 있는 날에도 밥 당번 하라는 전화가 와서 휴스턴에 도착하자마자 성당으로 달려가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일을 하기도 했다.
우리구역은 가장 넓은 구역으로 끝에서 끝까지 차로 25분 정도가 걸리고 가장 많은 인원수를 기록하고 있는 곳인데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타구역에 비해 많지 않다.
아침 일찍 나가서 김치찌개, 오이무침, 어묵 볶음을 하느라 양파를 볶고, 김치를 볶고
어묵을 볶느라 온갖 양념 냄새가 옷에 베어들었다.
중간에 아무 생각 없이 미사를 보러 들어갔는데 주위 사람들이 자꾸 우리 쪽을 쳐다봐서 왜 그런가 했더니 몸에 벤
음식 냄새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바로 옆에 앉은 20대 초반의 청년은 견디질 못하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고, 너무 괴로운 몸짓을 하고
있었다.
민망하고 앉아 있는 게 너무 마음이 불편하고, 남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어쩔 수 없이 타의(他意) 반, 자의(自意) 반으로
중간에 나와 버렸다.
비오는 날에 딱 맞는 음식이라 성당 사람들 모두 맛나게 먹어 주었다.
뒷정리까지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3시가 되어 있었다.
다른 걸 할 땐 부담이 덜 되는데 이렇게 음식을 해야 될 때면 꼭 죽을 맛이다.
내가 전적으로 도맡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라는 것만 하면 되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일이 끝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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