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한 밤중, 집에 찾아 온 경찰들.

김 정아 2006. 2. 5. 00:31

2006년 1월 29일 일요일

 

귀가 엄청 밝은 나, 잠결에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뒤척거렸던 기억이 없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새벽 1시가 넘었을 것 같은 시간이다.
짧은 순간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시간에 아무도 올 사람이 없다.
잘못 눌러진 거라 생각하고 나가지 않기로 결정을 했는데 다시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나가볼까? 말까? 하다 궁금해서 나가보기로 결정을 했다.
살짝 커튼을 제치고 밖을 바라보니 컴컴한 밤이라 대충 실루엣만 보인다.
경찰국에서 나왔다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
후레쉬를 비치며 두 명의 경찰관이 서 있었다.

나, “ 이 시간에 왠일 입니까?”
경찰, “당신 10살 된 아들이 있습니까?”
나,  “나는 아홉 살 된 딸과 13살  아들이 있습니다”
경찰, “ 당신 전남편이 있습니까?”
나,  “ 이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전남편도 없습니다. 왜 그럽니까?
경찰,  “ 열 된 남자 아이가 우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이 엄마의 전 남편이 와서 행패를 부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당신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나, “~~ Brookes Bend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잠에서 깨어서 나온 아들을 바라보더니 미안하다며 돌아갔다.


두 사람이 잘 못된 만남으로 맺어져 도저히 부부로서의 삶을 , 그리고 가정을 유지할 수 없어 헤어졌다면 그것으로 끝나야지 왜 이런 새벽에 찾아가 그런 행패를 부렸을까?
아빠를 신고하는 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
경찰이 돌아가고 들어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45분을 넘어 가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불면증이 심해져 새벽에 깨어 서 너 시간을 뒤척거리다 동틀 녘에 간신히 잠드는 날이 많았는데 덕분에 잠이 확 달아버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원석이는 잠결이어서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하며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는다.
경찰이 다녀간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연이는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잠만 잤다고 깜짝 놀라했다.

농담으로 “ 엄마에게 열 살 된 아들이 있었나?” 했더니 “maybe" 하며 웃는다.
”그러면 엄마한테 전남편이 있었나?“ 했더니
 ”maybe. 엄마 골프 가는 날 전남편 만났을지도 모르지 “ 하는데 나는 기절할 뻔했다.

아홉 살 난 아이의 머리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 난 기가 막혔다.
이렇게 영악해서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충격 받은 하루였다.


*도서관에서 이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했더니 그 경찰이 미쳤다며 너에게 두려움을 주었으니 너도 경찰을 부르면 된다고 해 서로 웃었습니다.
어제 학교 가는 길에 찍어준 김나연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