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6일 수요일
온 휴스턴 시민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 시리즈가 오늘로 막이 내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T.V를
틀 때마다 흥분된 목소리로 야구에 대해 열을 올리던 분위기가 내일부터는 많이 가라앉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학교 선생님도 월드시리즈에 대해 제일 먼저 언급하시고, 학교의 주간 안내문에도 응원 구호가 가득 적히고,
학교 방송에서도 뉴스 멘트로 이어지고, 시합이 끝난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야구 이야기였다.
시카고나 그 이외 다른 주에서 경기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휴스턴 주위의 호텔은 비어 있는 객실이 없을 정도로 야구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도 한다.
한국에선 야구를 즐겨 보았는데 이곳에선 처음 보는 낯선 선수들, 이름도 모르는 선수들뿐인데 누구를 응원하고 싶은
맘도 없고 굳이 교감이 가는 선수도 없어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라는 명칭이 너무 맘에 안 들기도 하고, 남의 나라 잔치에 내가 열을 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아메리칸 시리즈'라면 몰라도 자기네 나라 팀끼리 하는 결승전에 'WORLD'라는 말을 딱하니 갖다 붙인 것도 맘에 안
든다.
그 오만함과 거만함이 명칭에서도 묻어 나는 것 같아, 마치 세계의 중심인 양 행동하는 그들의 행동에 거부감이
인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까지 밤 세워가며 응원하다 에스트로스 팀이 패해서 억울해 밤잠을 못 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만 너무 동떨어졌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오늘은 나도 텔레비젼 앞에 앉아 보았다.
7경기 중 4게임을 먼저 이기는 팀이 승자가 되는데 시카고 팀이 세 번을 먼저 이겼고 오늘 게임에서도 지면 시카고
팀이 승자가 되는 것이다.
남편과 큰 아이는 휴스턴 팀의 행보에 따라 기쁜 얼굴이 되기도 하고, 슬픈 얼굴이 되기도
했다.
의무적으로 두 팀 중 어느 한 팀을 응원해야 한다면 당연히 휴스턴 팀이다.
나도 어느 사이엔가 휴스턴 팀의
응원객이 되어 열심히 응원을 했는데 아쉽게 92년을 기다려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시카고 팀에게 사십 몇 년을 기다려 온 휴스턴 팀이 지고
말았다.
남편과 큰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휴스턴 사람들은 내일부터 무슨 낙으로 살까?
*큰 쇼핑몰마다 저렇게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일 아래 줄에 'go Astros'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난 오월에 샌프란시스코와 에스트로스의 경기모습입니다.
직접 가서 보았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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