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화이트 샌드에서.

김 정아 2003. 12. 18. 03:11
11월 30일 일요일

모처럼 여유 있는 아침을 맞고 호텔에서 주는 가벼운 식사를 하고 우리의 마지막 휴가를 즐기기 위해 white sands에 갔다.

오랜 시간 전에 바다였던 곳이 여러 가지 자연 현상으로 광대한 지역의 바닷물이 빠지고 모래만 남게 된 곳이다.

차를 타고 도는데 우리가 모래지역에 와 있는 것이 아니라 눈 내린 한 복판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눈이 부실만큼 하얀 모래 밭이 그야말로 눈인지 모래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황홀한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곳은 중동의 사막처럼 바람의 자국을 남기고 있었고, 또 어떤 곳은 군데군데 사막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 곳에 들어오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빨리 모래 언덕에 올라가 보고 싶다고 야단이다.

차를 세우니 아이들은 높은 모래 언덕에 올라가 마치 눈썰매를 타는 것처럼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러나 바닷가의 모래처럼 잘 흐르지는 않았다.

큰 아이는 비닐 봉지를 뜯어 다시 타고 내려오고 작은 아이는 모래 구덩이를 파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온몸으로 뒹굴기도 한다.

모래 알이 어찌나 곱고,하얗고, 가늘던지 한 웅큼이라도 퍼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휴스턴에 돌아갈 일이 까마득해 빨리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오전 10시쯤 화이트 샌즈에서 나와 휴스턴에 돌아온 시간이 새벽 1시 30분이었다.

이번 휴가는 다른 때와 달리 악조건이 많았다.

우선 18개월과 5세 된 김 과장님의 아이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작은 아이들이 생각 외로 차 타는 것이나 걷는 것을 너무나 훌륭하게 해 냈다.

그리고 7인 승의 밴에 8명이 타고 가야 하는 것도 불편함이라 생각했는데 오랜 만에 나연이를 무릎에 안고 가는 것도 그럭저럭 할 만했다.

그리고 너무나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도 걱정했다.

아이들이 입술이 터지고 어른들도 여기저기 긁어대는 지경까지 갔으나 그리 긴 시간은 아니어서 견딜 만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휴스턴은 사람 살기 참 좋은 동네다라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길고 긴 운전에 아무 탈 없이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신 나의 신께 감사 드린다.